[김광일의 입] 안철수가 이길까 국민의힘이 이길까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21. 1. 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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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퇴근길, 출근길,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거의 전쟁을 치르듯 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한 언론이 ‘소낙눈’이란 표현을 썼다. 소낙비에서 파생시킨 말 같았다. 생소하지만 입에 웃음을 머금게 했다. 여러분께도 새해 소낙눈 같은 ‘소낙복(福)’이 쏟아지시길 빈다.

정치는 다른 것 쓸데없다. 결국은 선거다. 선거를 이겨야 ‘남의 정치’가 아닌 ‘내 정치’를 할 수 있다. 정치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결국 선거로 귀결된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4월 서울시장, 9월·11월 여야 대선후보 경선, 내년 3월 대선, 이 선거들이 앞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내년 대선은 너무도 중요하다. 다들 안다. 그러나 대선을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석 달 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말짱 소용없다. 물론 과거에 서울시장 이기고 다음 선거를 망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많이 다르다. 고 민주당 박원순 씨가 내리 3선(選)에 성공했던 서울시장 자리이니만큼 야당이 이번 보궐선거를 되찾아오지 못하면 대선까지 그대로 밀려버릴 수 있다.

최근까지 치러진 5차례 여론조사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부동의 1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가히 ‘안철수 돌풍’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1위 자리를 휩쓸었다. 게다가 2위를 차지고 있는 예비후보인 민주당 박영선 중기부 장관을 많을 때는 10%p 선까지 앞질렀다. 선거가 코앞이라 이변이 없는 한 안철수 당선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안철수 대표와 여권 후보 한 사람이 결선투표처럼 1대1로 붙었을 경우를 말한다. 만약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제각각 출마하고, 반대로 여권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시만 따로 봤을 때 여당 쪽이 유리한 상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민주당은 서울에서 지지율 30%대, 국민의힘은 20%대에 고착돼 있다. 여기에 열린민주당 지지율도 5%쯤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하면 거의 40%를 유지한다고 봐야 한다. 최근 안철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는 안 된다.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에도 손이 안 간다’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층 표가 와야만 이길 수 있다. 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그 표들이 이탈할 텐데 어떡할 건가?”

전문가은 서울시장 선거에 야권 후보가 여권 후보에 비해 치명적 약점이 있다고 본다. 이번 4월 선거는 보궐선거다. 보선은 투표율이 높지 않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그땐 조직이 말을 한다. 조직을 동원하고 운용하는 능력에 있어서 야당은 여당에게 족탈불급이다.

서울특별시에는 종로구 용산구 서초구 같은 모두 25개 구가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이 20대 5로 압승을 거뒀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이 25곳 중 24곳을 싹쓸이했다. 민주당이 동원할 수 있는 조직력이 얼마나 막강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초구를 제외한 전 구청장이 민주당 후보를 도와줄 수 있는 선심성 정책과 현금 풀기 정책은 창고에 산처럼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20%p 격차로 앞서고 있다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실제로 그런 과거 사례가 있었다.

10년 전인 2011년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나섰다. 범야권에서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안철수 씨가 전격 불출마를 밝히고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진보진영 시민후보를 자처한 박원순 씨는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와 통합경선을 실시했다. 민주당에서는 4명이 경선을 치른 끝에 박영선 의원이 후보가 됐다. 만약 당시에 나경원·박영선·박원순, 세 사람이 3파전을 벌였다면 결과는 전혀 딴판이 됐을지 모른다.

그런데 민주당 박영선, 민주노동당 최규엽, 무소속 박원순 세 후보는 단일화 후보 경선을 치렀고, 3만 명 선거인단 중에 60%라는 투표율을 기록하면 흥행에 성공했다. 그 결과 기호 10번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기호 1번 집권당 나경원 후보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득표율이 박원순 후보 53.4%, 나경원 후보 46.2%로 갈렸다. 당 밖에 있었던 박원순 후보, 그때까지 본인 표현처럼 돈도 없고, 조직도 없고, 존재감마저 미미했던 박원순 후보가 집권당 기호 1번을 눌러 이긴 것이다.

자, 오늘의 결론은 이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가, 아니면 제3당 후보로 끝까지 경선을 치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나경원 두 사람이, 안철수 대표와 끝까지 맞서든 단일화의 과정을 거치든 일단 당선권 경쟁력을 갖춘 예비후보라 볼 수 있다. 5차례 여론조사에서 넉넉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철수 후보지만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다른 후보들과 함께 예선전부터 치를 것인가. 아니면 오세훈이든 나경원이든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뒤에 단일화 절차를 밟을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직접 이렇게 말했다. “지금 거론하기에는 부적절하다. 1월은 일단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여당에서 누가 나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단일화 논의는 2월쯤에 하는 게 어떨까 한다.” 이 말은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는 2월12일 설날이 지나고 난 뒤에 해야 정치적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고 보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이 모두 7사람이지만,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그 7사람 말고 나경원·오세훈 두 사람이 어떤 공식적 세리모니를 거쳐 출마 선언을 할 것인지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안철수 대표는 공정한 단일화 룰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안 대표는 단일화 결과 야권 후보로 누가 결정되든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는 점을 못 박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 선거 때마다 최종 경선이 끝난 뒤 경선 룰과 결과에 불만을 가진 후보가 경선 약속을 깨고 제3당을 만들거나 무소속 후보로 나섰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3파전, 4파전을 치르면 야당이 이길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 경선 때 당원 지지율은 거의 무시하고 오로지 서울시 일반 유권자의 여론조사를 100% 적용해 후보를 결정하자는 쪽으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대표의 1위 독주에 대해 “의미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서울시장은 늘 얘기해온 대로 당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드는 게 내 책무다. 단일화는 그 다음에 해야 하는 문제다.” 그렇다. 김종인 위원장은 일단 안철수 후보는 쳐다보지 않고 국민의힘이 독자 후보를 내서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의 9명 후보군이 현재는 분산돼 있지만 그들이 단일화를 해서 한 사람으로 압축되면 안철수 후보를 누르게 될 것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안철수가 정말 단일화 하고 싶다면 우리 당에 들어와 경선하라고 하라.”

그러나 어제 6일 김종인·안철수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이 독대한 자리에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된 전제 조건 이 타결됐을 수도 있고, 그런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야권의 분위기는 완전 달라질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대표가 입당하면 나는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시장은 오래 전부터 대권 도전에 뜻을 굳힌 만큼 이런 결심도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석 달 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이길까요, 아니면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까요. 여당 쪽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나오게 될까요. 왜 박영선 장관은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요. 강성 친문 진영 쪽으로부터, 다시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확실한 지지를 아직 약속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박영선 장관도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다 추미애 장관으로 급격하게 당내 친문 지지 세력이 쏠리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 잠룡들의 결선투표처럼 될까요. 아니면 여든 야든 3파전, 4파전 양상으로 치러지게 될까요. 어떻게 되든 지금 여러분의 생각처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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