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땐 '1년 이상 징역살이'.. 勞 "처벌 약해" 使 "과잉 문책"

김민순 2021. 1. 7. 2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 8일 본회의 처리
사업주 '징역·벌금 조항' 명문화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유예
법안심사 거치며 처벌수위 등 완화
노동계 "죽음마저도 차별" 성토
경영계 "정치적 고려 우선" 비판
반발하는 정의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왼쪽)이 7일 국회에서 ‘원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합의 처리’를 규탄하는 정의당 의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내년 1월부터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안전조치가 미흡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 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8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이 제정안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원 이하’, 법인이나 기관에 50억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조항을 명시했다. 여러 명이 크게 다친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각각 처벌하도록 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동일한 수위로 처벌받는다. 다만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바닥 면적이 1000㎡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등은 예외로 뒀다. 학교시설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도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제정안은 또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반면 애초 발의안에 있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나 공무원 처벌 특례규정 등은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중대재해법은 공포된 지 1년 뒤 시행된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일로부터 3년 후부터 시행하도록 유예기간을 줬다. 당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4년으로 하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1년 단축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 정회 후 기자들에게 “많은 부분에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있었고, 그만큼 재계쪽에서 준비할 부분이 많이 줄었다고 봤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시책을 펼 수 있다고 봐서 유예기간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이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처벌 수위와 적용 범위 등이 대폭 완화돼 실효성 없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당과 노동계에서는 ‘5인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 유예기간’을 둔 것에 특히 반발이 거세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원내대표)의 발의안에는 규모별 제외나 유예기간 등을 두지 않았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를 만나 재논의 촉구와 함께 강한 유감을 표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규탄 및 온전한 법 제정 촉구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노동계와 재계 양쪽 모두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와 관련해)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재해 사망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며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해 고용, 임금, 복지 등 모든 노동조건에서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죽음마저도 차별을 당할 처지에 내몰렸다”고 성토했다. 경영책임자의 벌금형 하한선을 없애는 등 처벌 강도를 낮추고 건설공사 발주자와 사업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 처벌조항 등을 삭제한 것을 두고는 “숭숭 구멍을 낸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재계의 요구만 대폭 수용하며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이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있으나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계에서는 면책규정 등 보완책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을 두고 반발이 터져나왔다. 중소기업의 경우 원·하청 구조의 접점에 있는 데다 열악한 자금사정으로 일감이 끊기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해 경영계가 요청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법안을 의결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처벌 규정을 담아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산업재해 정의 수정 △경영책임자에 대한 징역형 하한 규정 삭제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다하거나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 규정 마련 △법인에 대한 벌금 수준 하향 등을 요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10개 경제단체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최종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기업처벌로 국내 기업은 더 이상 국내투자를 늘리기 어렵고, 외국기업들 역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것”이라며 “경제계와 학계 등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한 후속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민순·나기천·권구성 기자 soo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