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처벌강화 졸속입법으론 정인이 못 지킨다는 현장의 외침
[경향신문]
정부와 여야가 ‘정인이 사건’으로 촉발된 아동학대 예방대책 논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7일 경찰청과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최근 쏟아져나온 아동학대 예방 관련 법안들을 심사했다. 국민의힘은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연석회의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늦게나마 아동학대 피해의 심각성을 각성하고 전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대국민 사과에 이어 이날은 국회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아동보호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신고 사건을 전수조사하며, 반복 신고된 주요 사건은 경찰청장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경찰이 아동학대 현장을 출입·조사하고, 법원에 직접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건 초기 피해자 분리 조치를 제대로 못한 과오를 재확인한 것이다. 경찰이 다시는 아동 보호에 실패하지 않겠다고 한 다짐을 믿고 싶다.
이 사건이 방송된 지난 2일 이후 여야가 발의한 관련 법안이 40여건에 이른다. 그동안 잠잠히 있다가 사건이 불거진 뒤에야 부리나케 늑장 입법에 나선 모습이 실망스럽다. 무더기로 법안을 내놓아 졸속 심사와 부실 입법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들이 주로 아동학대 관련 신고·수사 의무를 강화하고 가해자 처벌 형량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쉽다. 아동보호 현장 근무자들과 전문가들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피해아동을 분리해 돌볼 수 있는 쉼터를 확보하고, 경찰관들이 학대 아동을 놓치지 않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현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동인권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과제라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주 중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에도 아동·청소년 학대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피해아동 즉각 분리제도 도입, 관계기관 협업 및 전문성 확보 등이 이미 거론됐다. 선언과 다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이 작동할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정인이 같은 비극적인 죽음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법과 제도, 그리고 실효성 있는 현장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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