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광란의 수요일' 시간대별 상황..의사당 총성·연막탄

황준범 2021. 1. 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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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바이든 당선']6일 낮 12시 트럼프 "대담함 전하라"
선동 1시간 뒤 시위대 의사당 에워싸

2시20분 경찰 뚫고 창문 깨고 들어가
의사당 휘저으며 난동..의원들 대피
3시30분 통행금지령·주방위군 투입
4시20분 트럼프, 귀가 촉구 동영상
5시40분 진압 완료..모두 52명 체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 안으로 난입하고 있다. 이날 미 의회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해 6시간 동안 중단됐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 들어 추락을 거듭해온 미국 민주주의는 ‘광란의 수요일’이라 불러도 좋을 6일(현지시각) 최저점에 처박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과격 시위대가 민의의 전당인 의사당에 난입해 회의를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펼쳐졌다.

사태의 전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깔았다. 대선 결과를 최종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이날 오후 1시로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만명은 전날부터 백악관 앞과 내셔널몰, 의사당 앞 등 워싱턴 일대에 모여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로 ‘6일 오전 11시에 백악관 앞에서 연설하겠다’고 예고하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는 6일 예정된 시간보다 한시간 늦은 낮 12시 백악관 울타리 바깥에 설치된 야외 연단에 올라 선거 사기 주장을 되풀이하고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도,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목소리를 잠재우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약 3㎞ 동쪽에 있는 의사당으로 가서 “나약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리 나라를 되찾는 데 필요한 자부심과 대담함을 전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후 1시 합동회의 시간에 맞춰 의사당 앞으로 몰려들어 건물을 에워쌌다. 의사당이 뚫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시위대와 경찰이 주먹질을 하며 충돌했고, 일부 시위대는 급기야 경찰 경호망을 숫자로 무력화하고 진격해 의사당의 문과 창문을 부순 뒤 2시20분께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의사당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총을 뽑아든 경찰과 시위대가 맞서는 과정에서 한 여성이 경찰 총에 맞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이 여성은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애슐리 배빗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이날 밤 이 여성을 포함해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난입한 직후, 합동회의를 주재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경호원의 안내로 상원 회의실을 빠져나왔고, 나머지 의원들도 회의를 중단하고 긴급히 대피했다. 의회경찰은 하원 회의장에 들어가, 의원들에게 시위대 난입을 알리고 의자 밑으로 몸을 숙이라고 안내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많은 의원이 방독면을 쓰고 건물 사이를 이동했으며, 가족들에게 전화해 안전하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의회 지도부는 인근 군부대로 피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 등 건물 내부를 휘저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의사당과 별개로, 워싱턴에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건물 근처에서 각각 파이프 폭탄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오후 3시30분께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시장은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워싱턴과 인근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주방위군이 투입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과 주방위군 동원 문제를 논의한 것은 펜스 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4시20분께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시위대에게 “평화롭게 귀가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의사당 밖에서도 연막탄과 섬광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유도했다. 이 시각 의사당 앞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 미겔(30)은 의사당 난입에 대해 “우리 세금으로 지은 건물에 들어간 게 왜 반란이냐. 우리는 저기에 들어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주방위군은 시위대 난입 세시간 남짓 만인 오후 5시40분께 이들을 진압하고 의사당 건물의 안전을 확보했다. 이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동료들에게 대선 인증 절차를 이날 밤 재개한다고 알렸다. 저녁 8시 상원 회의실에서 다시 의사봉을 잡은 펜스 부통령은 시위대를 비난하고 “다시 일하자”고 말했다.

워싱턴 경찰은 이날 밤 52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47명은 통행금지 위반 관련자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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