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선동..트럼프가 뿌린 폭력의 씨앗

김향미 기자 2021. 1. 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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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선거 불복 메시지
극우 폭력 행동 옹호·독려
집회에선 "의회로 행진하라"
난입 지켜보다 "해산 촉구"
트위터, 계정 영구정지 경고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사태의 시작은 ‘트럼프의 트위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선거 기간 내내 무장한 지지자들을 옹호했고, 대선이 끝난 후엔 ‘선거 불복’ 메시지를 뿌려왔다. 그는 특히 이날 집회에서 “의회로 행진하라”며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떠나도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남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조 바이든 당선자가 ‘갈라진 미국’을 통합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의회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고, 내가 여러분과 함께 있겠다.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의회 난입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진 후에도 백악관 개인 식당에서 TV 중계를 지켜만 보다가, 보좌진의 채근에 마지못해 해산을 촉구하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나마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만 말했을 뿐, 의사당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오랫동안 나쁜 대우를 받아온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두둔했다.

극우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옹호·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숨지게 한 17세 백인 소년의 행동을 ‘정당방위’라고 두둔했다. 지난해 10월 말 텍사스주 고속도로에서 바이든 유세 차량을 총기로 위협한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텍사스가 좋다”고 치켜세웠다. 대선 이후에는 “선거 사기” “도둑질을 멈춰라”라고 쓴 트럼프의 트윗이 “총을 쏴라” 등과 같은 구호와 합쳐져 지지자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트위터는 이날 시위대를 두둔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즉각 차단하고 12시간 동안 계정을 일시 정지했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정지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도 “대선 결과는 사기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을 삭제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메시지 연결고리’가 끊긴 것 같지만 지지자들은 이미 ‘팔러’ 등 대체 미디어를 찾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끝까지 승복하지 않고, ‘공화당의 한 정치세력’으로 남아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반정부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안보 저널리스트인 마이크 앰바이던은 포린폴리시에 “우익의 테러 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에 의해 지지자들의 정보 생태계에서 더 강력해졌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미 의사당)이 공격을 받음으로써 현실이 됐다. 이것이 트럼프의 유산이고 미국의 현재”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미국 전문가인 토머스 라이트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트럼프가 2024년에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앞으로 세계의 걱정은 그가 미국 정치에 드리울 그림자”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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