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대기 오염이 유산·사산 위험 높인다"

대기 오염과 임신 손실 연관성 다룬 첫 연구 
"임산부 시골서 살고 나이 많을수록 더 큰 영향"
"초미세먼지 지켰다면 임신 손실 29% 줄었을 것"

지난달 15일 베트남 하노이의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평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던 서호와 인근 건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대기 오염이 유산이나 사산 등 여성의 임신 손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게재된 연구 보고서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34만9,000여건의 임신 손실이 대기 오염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국가가 인도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기준(40㎍/㎥)을 준수했다면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임신 손실의 7.1% 가량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10㎍/㎥)을 지켰다면 임신 손실이 29% 가량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 오염과 관련된 임신 손실은 인도와 파키스탄 북부 평원지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아울러 임산부가 시골 지역에 거주하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성이 더 컸다.

대기 오염과 임신 손실의 상관 관계에 관한 정량적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NN은 전했다. 타오 쉐 중국 베이징대 조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위험한 수준의 대기 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긴급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기질이 나쁠수록 저소득 국가에서는 임신 손실 위험이 크다"며 "대기질을 개선하면 유산 및 사산을 예방하는 동시에 임신 손실로 인한 우울증, 후속 임신시 유아 사망 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