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빅딜 공정위 문턱넘기 쉽지 않다"

성승제 2021. 1. 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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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 독과점 논란 지적
아시아나 회생불능 사유도 변수
"기업결합 심사 변수 되나" 촉각
대한항공 여객기<대한항공 제공>

[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입법조사처가 두 항공사 통합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이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을 해 주목된다.

입법조사처는 7일 발간한 '대형항공사(FSC) M&A 관련 이슈와 쟁점'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업결과 심사에서 시장획정과 독과점, 예외인정 사유 판단에 대해 공정위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먼저 독과점 우려에 대해 강도 높게 짚었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슬롯(항공사별 이착륙 사업권) 점유율이 38.5%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수치는 인천발 국제선 여객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한 두 항공사의 슬롯 점유율로 개별 노선의 점유율은 빠져 있다"며 "이로 인해 특정 노선에 대한 독과점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합항공사의 취항 편수가 많은 미국·일본·중국 주요도시행 국제선 일부 중에선 슬롯 점유율이 38.5%를 크게 상회해 독과점 우려가 존재할 수 있다"며 "공정위는 심사에서 이를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경제성이 높은 심야나 새벽 시간대 슬롯 확보 비중 등 정성적 요소도 항공사의 경쟁력 평가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대한항공이 제시한 슬롯 점유율 중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기존 항공사들이 황금 시간대에 유리한 슬롯 다수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경우 새롭게 해당 노선에 취항하는 신규진입자 입장에선 출발선상에서부터 경쟁자의 불리함을 안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아시아나항공이 회생불가회사라는 사유로 예외를 받기에도 여러 변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회생불가회사로 인정되려면 지급불능이거나 그런 상황이 예상돼야 한다. 또 대한항공 인수가 아니면 아시아나의 생산설비 등이 항공운송시장에서 계속 활용되기 어렵고 대한항공 인수보다 경쟁제한성이 적은 대안이 없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이같은 원칙을 적용해 일부 노선의 경쟁제한 우려에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스타항공이 상당기간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단기간에 변제능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주항공 외에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다른 사업자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승인 사유로 꼽혔다. 다만 제주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에도 지난해 7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노딜'로 끝난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이 '경쟁제한성이 적은 대안'으로 볼 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HDC현산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인수계약 무산의 책임이 서로 상대방에게 있다며 보증금반환소송을 벌이고 있다.

HDC현산 측은 코로나19 이후 경영상황 등 파악을 위한 추가실사 요청을 금호산업이 거부해 무산됐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측은 매각대금 인하 의사까지 밝혔는데도 HDC현산 측이 12주간 실사를 고수한 건 거래지연을 위한 목적이라고 반박한다. 보고서는 "추가 실사 요구 거부 등을 이유로 한 협상 결렬이 대체매수자가 존재했던 것으로 인정할 지에 대한 공정위의 기존 심결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는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사례도 살폈다. 2014년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U.S 에어웨이의 통폐합 과정에서 미 연방 독점금지국은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 기업결합이라 판단했다. 미국 정부는 기업결합 이후 독과점이 심화돼 경제제한성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일부 공항의 노선 슬롯을 저가항공사(LCC)에 매각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워싱턴 리건 공항의 104개, 뉴욕 라과디아 공항 34개 슬롯은 LCC에 매각했다.

유럽연합(EU)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도 그리스 양대 국적항공사인 에게항공과 올림픽항공 간 기업결합이 운임 인상, 서비스 저하 등 소비자후생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 2년간 승인을 유예했다.

보고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만으로 예외인정을 완화하면 자칫 독과점 우려가 큰 기업결합이 쉽게 승인돼 시장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며 "다만 통합항공사가 높은 슬롯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는 노선에 대해선 LCC에 운수권이나 슬롯 등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한편 대한항공은 지난 6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식발행 총수를 늘리는 정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관문으로 공정위 결합심사 승인만 남은 상태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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