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재즈 아이콘' 쳇 베이커 시작과 끝 담은 LP, CD 4종 출시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2021. 1. 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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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굿인터내셔널 제공.


음악계 고수들이 모인 재즈라는 장르의 무대에도 ‘아이돌’이 존재한다면 그 중심에는 단연 ‘쳇 베이커’ 라는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재즈계 제임스 딘이라 불리며 잘생긴 얼굴과 속삭이듯 부드러운 소년 같은 보이스, 어딘지 모르게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젊은 날의 그는 웨스트 코스트 재즈가 한창 인기였던 50년대 단연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정작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트럼펫도 독학으로 시작하며 지금까지 수 많은 연주자들과 비교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쳇 베이커의 다소 느슨하면서도 울적한 트럼펫 소리는 오직 그만이 연주 할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이다.

트럼펫 연주와 더불어 어눌한 듯 중성적인 목소리가 큰 매력이었던 그는 1954년 ‘Chet Baker Sings’ 를 발매로 여성 팬들의 엄청난 사랑과 함께 높은 앨범 판매량을 보이며 쳇 베이커의 ‘리즈시절’을 만들어 낸다.

이번에 새롭게 발매된 LP와 CD는 그의 전성기와 최고의 걸작을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다.

전성기 시절의 노래와 연주를 담은 ‘Chet Baker-IGORT (3LP Box Set)는 쳇의 트레이드 마크 ’My Funny Valentine, I Fall In Love Too Easily, But Not For Me 등 38곡이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 ‘이고르트’가 쳇 베이커 삶을 그린 22쪽의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있다

젊은 쳇 베이커 등장은 천재 뮤지션이 나왔다는 소문을 시작으로 동료 연주가들에게 호기심과 이슈거리였지만 동시에 백인이 연주하는 재즈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전성기를 길게 누리지 못한 이유는 마약 때문이었다.

그 시절 재즈 뮤지션과 마약은 뗄 수 없는 관계였지만, 쳇은 지독하게 마약을 하며 미국과 유럽 일대를 떠돌게 된다. 레코딩은 계속 했지만, 마약을 사기 위한 돈벌이로 질 나쁜 트럼펫 소리만 연주했으며, 사람들은 쳇 베이커의 존재를 모두 잊었다.

굿인터내셔널 제공.


쳇베이커의 젊은 시절을 본 사람이라면, 유작앨범 ‘My Favourite Songs-The Last Great Concert’의 이 쭈글쭈글한 늙은이가 그라는 사실에 경악할 것이다. 한때 재즈계의 제임스딘으로 불리며, 많은 여성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그는 이 앨범을 끝내고15일 후에 투신자살하고 만다.

이 앨범은 88년 마지막 콘서트 레코딩으로, 쳇베이커가 평소에 좋아하던 곡들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이제 쳇 베이커의 트럼펫 소리는 이빨 사이로 새어나가는 느낌이 역력하다. 원래 쳇베이커는 테크니션이 아니기는 했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재즈를 연주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이 앨범은 절창 중의 절창이다.

젊은 시절의 쳇베이커가 ‘MY FUNNY VALENTINE’을 다소 꿈꾸듯이, 낭만적으로 해석했다면, 이 앨범의 ‘MY FUNNY VALENTINE’은 오직 절망밖에 남은 것이 없는 고독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고독한 예술가의 크로키. 쳇베이커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악마가 부르는 천사의 노래”라고 평했다.

쳇 베이커 음반은 그의 리즈시절을 담은 ‘Chet Baker-IORT’(3LP Box Set), (2CD) 그리고 유작앨범 ‘My Favourite Songs-The Last Great Concert’(2LP), (2CD)로 4종이 출시됐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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