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文대통령에 '친서'로 동결자산 해결 요구했나

최경민 기자 2021. 1.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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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10억 달러 의료장비 구매 사용 의사 피력'설 제기
[테헤란=AP/뉴시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연설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로 이란이 중동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과 건강용품 등을 외국에서 사들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코로나19 백신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12.09.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로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 자산 70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의료장비 구매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한 진전이 없자, 이란 측의 불만이 증폭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란의 우리 선박 나포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약 한 달 전부터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의혹 역시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부인을 하지 않았다.

억류 현장에서 우리 선원들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외교부는, 곧바로 이란을 상대로 한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의 이란 방문 역시 오는 10일 출국으로 결정됐다.
이란 '70억 달러', 양국관계 화두로
이란 측은 '한국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억류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양오염'과 관련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란 측의 목표가 미국의 제재로 한국 내에 동결된 70억 달러의 원유대금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7일 외교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국내에 동결된 이란의 자산으로, 코로나19(COVID-19) 백신 공동 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이란의 백신을 구매해주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란 측은 백신을 결제할 때,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자산 동결이 일어날지 여부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란 측이 한국에 동결된 자금 중 10억 달러를 의료장비 구매에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이를 골자로 한 내용의 친서까지 두 차례 보냈음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이란 측이 크게 실망했다는 설까지 나왔다. 청와대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상대국 입장이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구매는, 미국 재무부 주도 하에 특별 승인 절차를 끝내놓은 상황"이라며 "이란의 미국에 대한 신뢰 문제가 있다. 여기에 대한 결심을 어떻게 내리고, 조취를 취할지, 어떤 경로로 (백신을) 구매할지는 이란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장비까지 포함해서, 인도적 교역확대를 지속할 것"이라며 "여전히 아직 논의 중이고, 가변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개나 확인은 굉장히 어렵다.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선박 나포 가능성 알고 있었나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9797t)가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국케미호 선박관리선사인 타이쿤쉽핑 사무실에 걸려 있는 한국케미호 모습. 2021.01.05. yulnetphoto@newsis.com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선박 억류 첩보가 입수됐는지' 여부와 관련해 "외교부를 포함한 우리 정부가 중동정세 등을 포함해서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안전 측면에서 여러 가지 유동성이 매우 민감한 예민한 지역"이라며 "여러 가지 안전 관련 징후가 있을 때마다 우리 관계부처, 관련 공관, 민간기업 모두에게 관련 사항을 공지하고 있다.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들을 수시로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정부가 이란이 우리 선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첩보를 포착, 지난달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선박 나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안일한 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관련 정보 수집을 꾸준히 해왔다고 언급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첩보 내용의 경우 관련된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첩보와는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라고만 답했다.
선원 안전은 확인..최종건 10일 출국
주이란대사관 관계자 및 담당 영사들은 선박이 억류된 이란 반다르아바스에 6일(현지시간) 도착, 억류된 우리 선원과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대변인은 "여타 선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며 "면담했던 선원은 '(이란 측에) 특별히 폭력 등 위협적인 태도를 포함하여 문제될 만한 행동은 없었다'고 직접 진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억류된 선박과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외교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이날 이른 새벽 고경석 외교부 아중동국장 등 실무대표단이 이란에 긴급 파견됐다. 이들은 도착 직후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이란 측과 접촉을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 관련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6. photo@newsis.com

최종건 차관은 오는 10일 이란 테헤란으로 향한다. 오는 14일까지 이란과 카타르를 순차적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이란 정부와 우리 측 선박 및 선원의 무사귀환을 비롯해 한국 내 동결된 70억 달러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10억 달러 의료장비 구매 방식 등이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 차관의 이란행과 관련해 "여러가지 창의적인 (해결) 방안들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란과 우호 증진을 논하는 과정에서, 계기마다 이번 선박 억류 건을 중요한 관심사로 제기하고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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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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