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몸과 피, 으스러지고 사라지는 것도 신체다 [이 전시]

박지현 2021. 1.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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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철골 뼈대에 붉은 꽈리 열매 형상의 덩어리들이 하나의 줄기로부터 나와 뭉쳐 달렸다.

그간 '몬스터'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던 조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주목했던 것은 다름 아닌 '신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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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 바디그라운드展
'New Blood & New Body'(2020년)
앙상한 철골 뼈대에 붉은 꽈리 열매 형상의 덩어리들이 하나의 줄기로부터 나와 뭉쳐 달렸다. 정교하게 컷팅된 붉은 보석 기둥이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른 듯하다. 마치 깊은 산속 보석 동굴을 표현한 것 같은데 이것은 "신체"라는 생소한 답이 돌아온다. 심지어 종이로 만든 '새로운 피와 새로운 몸'이다.

골판지를 활용해 조각에 새로운 질문을 던져온 젊은 작가 조재영이 일곱번째 개인전 '바디 그라운드'를 서울 서교동 '온수공간'에서 진행 중이다. 그간 '몬스터'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던 조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주목했던 것은 다름 아닌 '신체'다. 조 작가는 "대학시절 배웠던 조각의 속성 중 '영구성'에 나는 늘 의심을 해왔다"며 "작가가 죽은 후에도 작품이 영구적으로 생존해야 하는가, 절대적으로 불변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종이를 활용한 조각 작품을 선보이게 된 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작가는 "모든 생명과 자연의 존재가 그러하듯 시간에 따라 변하고 또 으스러지며 사라지는 것을 생각했고 그 변화하는 지점의 외피에 신체의 경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말하는 '신체'는 단지 인간의 신체만이 아닌 동물과 모든 사물의 신체로 풍화 또는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변화의 과정들을 담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모든 생물과 사물의 변화에 대한 관심을 이번 전시에서 드러냈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 '블라인드 맨스 엘리펀트'는 우리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형상이 변화하고 때로는 본래의 모습조차 인식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을 대뜸 보고 이것이 무슨 코끼리의 형상인가 하겠지만 작가는 "기형이라 말하는 모습까지도 신체가 아닌가. 어떻게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는가. 이 경계를 흐트러뜨려 함몰되어가는 각자의 개성을 다시금 존중할 수 있는 생각들이 널리 자리잡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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