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족들 호소 끝내 외면한 '누더기 중대재해법'

한겨레 2021. 1. 7. 18: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들과 노동계의 요구에서 크게 후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안을 발의했던 같은 당의 박주민 의원은 "이렇게 통으로 빠지는 것이 과연 산업재해나 시민재해를 막겠다는 취지와 맞는지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법사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잠정합의안 관련 국회 농성단 긴급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이한빛 PD의 부친 이용관씨가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들과 노동계의 요구에서 크게 후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법안으로 매일 6명, 매년 2000명 넘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회적 참극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새해 벽두부터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과 좌절을 안기는 두 당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국민 목숨을 지킬 실효성 있는 법을 마련하기보다 ‘할 만큼 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그쳐 민심에 기반한 국정 동력까지 깎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법안소위가 처리한 중대재해법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3년의 유예기간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제외’ 등 이미 후퇴라는 지적이 거셌던 여야 합의 내용도 그대로 담겼다. 전국 사업체 중 5인 미만이 79.8%, 50인 미만이 98.8%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부과’ 조항 역시 징역 하한선을 애초 정부안보다도 낮추고 벌금 하한선은 아예 없애버려 처벌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경영책임자를 ‘법인 대표 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하고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통째로 빼, 기업이 안전담당 이사 등을 두는 방법으로 대표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아니라 ‘사장님 보호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 여러 가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안을 발의했던 같은 당의 박주민 의원은 “이렇게 통으로 빠지는 것이 과연 산업재해나 시민재해를 막겠다는 취지와 맞는지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 등 유가족들은 단식 28일째인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수천명이 죽고, 수만명이 다치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절대 이해하지 않고 있다”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유가족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