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중대재해법 학교 포함은 졸속이다

이유범 2021. 1.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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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의 불똥이 교육계로 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원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중대재해법 속 학교를 포함한 내용이 졸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 속 중대재해법이 학교를 포함해 통과·시행된다면 교육기관인 학교는 일종의 일반 사업장으로 취급돼 이중삼중의 처벌 입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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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의 불똥이 교육계로 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이 법안을 두고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초·중등교장회장단이 국회를 항의방문하는 등 교육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교원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중대재해법 속 학교를 포함한 내용이 졸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법상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유기징역 또는 벌금 부과에 병과해 배상금까지 부과하게 돼 있다. 사업주는 발주처의 경영책임자를 의미하며, 학교에서는 5000만원 이내 또는 1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발주책임자인 교장 개인이 형사 책임과 손해배상의 책임을 함께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검토되는 법안에서는 사망사고의 경우 공무원은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3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학교장은 사업장(학교)에서 일하는 '종사자', 즉 공무직을 포함한 교직원 전체에 대한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교장은 과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와 같은 위치로 볼 수 있을까? 돌봄이나 급식 학교사업 대부분은 관련 법과 조례, 규정에 따라 상급기관의 감독에 의거해 수행되고 있으며 정작 교장에게는 사업시행 유무에 대한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 시행을 결정하거나 교원 또는 교육공무직을 고용하는 고용주는 국공립 학교의 경우 시도교육감,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 이사장이다. 사업이나 고용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이 없는 교장에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엉뚱하게 책임을 묻는 셈이다.

이중규제와 관련한 문제도 존재한다. 학교에는 이미 교육시설안전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이 시행돼 학교장의 책무와 처벌이 명시돼 있다. 교육시설안전법 위반 시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처벌기준이 낮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법안을 개정하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 속 중대재해법이 학교를 포함해 통과·시행된다면 교육기관인 학교는 일종의 일반 사업장으로 취급돼 이중삼중의 처벌 입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또 중대재해법의 과도한 처벌규정으로 학교 교육활동이 위축될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학교는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위치가 아니고 처벌받는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결국 법으로 보장할 터이니 학생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는 분위기에서 시설관리 잘 못하고 교실환경 관리 잘못하면 곧장 법으로 처벌하겠다고 윽박지르는 모양새가 된다.

교육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법 적용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는 교원과 교직원으로 구성돼 각각 교육활동과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일반 기업 사업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산업안전 및 중대재해관리에 대한 업무는 전문성과 자격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반면 교원과 행정직원은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처럼 중대재해법을 학교에 적용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몰이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8일 국회 본회의 통과 전 국회가 학교 적용에 대해 재검토하길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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