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갈등 키운 고무줄 방역..원칙 버리고 신뢰 잃었다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기준을 거듭 수정하면서 업종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면 제도를 손질하는 방식이다 보니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 '원칙 없는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대생의 의사 국가고시 허용으로 불거진 공정성 및 형평성 논란이 방역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정부는 7일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8일부터 학원 수준으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해동검도나 줄넘기, 축구교실처럼 운영형태는 유사하지만 체육도장업에 포함되지 않은 시설도 동시간대 9인 이하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대상을 아동·학생으로 국한했다. 앞서 완화한 학원·교습소와 비슷한 자녀 돌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등록업종이 달라 영업하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개문 휴업' 등의 방식으로 방역 대책에 항의해 온 헬스장 등 사실상 성인이용 실내체육시설업주들의 반발이 더 커질 조짐이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헬스장 이용객의 99%가 성인"이라며 "굶어죽어가는 자영업자들 10일 국회에서 만나자"며 집회를 독려했다.
정부는 이런 반발을 고려해 헬스장 등 성인 대상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제한 완화조치를 거리두기 2.5단계 종료 시점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또 다른 업종에서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질 경우 이를 거절할 명분이 약해지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방역 기준을 두고 업종별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어서 이른바 ''떼법'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의견을 수용할 경우 1년여간 유지한 방역 둑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이런 혼란을 일으킨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원칙을 만들고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사회에서의 불분율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자꾸 이런 기준을 무너뜨리면 구성원의 실행 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일부는 풀어주고 일부는 장기간 영업을 금지하면서 결과적으로 갈라치기를 한 셈"이라며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수용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변칙적인 운용도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켰다. 거리두기를 기준에 없는 0.5단계 상향하거나 +α(알파) 형태로 적용해 비난을 샀다. 거리두기 발표 때면 '정부가 3단계 진입을 피하기 위해 2.99단계까지 만들어낼 것'이란 조소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거리두기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서 기초자치단체마다 서로다른 기준을 적용해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발생하기 용이한 장소나 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핀셋방역'은 업종간 불평등 문제에 불을 지폈다. 예컨대 음식점은 착석이 가능하지만 카페는 불가능하게 운영하면서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에 이용자가 몰리는 등 불만이 누적됐다. 또 학원 영업이 금지되자 스터디카페로, 스터디카페도 금지되자 패스트푸드나 브런치카페로 이용자가 몰렸다.
이 외에도 밤 9시 이후 운영 금지는 다양한 형태의 변칙 영업을 촉발시켰고 업종 신고에 따른 기준 적용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3단계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안다"고 지적하면서 "집합금지 완화 계획이나 백신으로 희망고문을 하기보다 실효성, 수용성을 고려한 새로운 거리두기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대도 다 나와'…제니퍼 로페즈, 51세 비키니 힙라인 '감탄' - 머니투데이
- '수술 중 사망' 빅죠, 요요 이유…"150kg 뺄 때 발바닥 근육 다 파열" - 머니투데이
- 덴마크 어린이 방송에 '거대 성기' 남자 캐릭터…성인식 왜곡 논란 - 머니투데이
- 정인이 진료 의사 비난에…전문의들 "양부 함께 보낸 것이 문제" - 머니투데이
- 81세 영국 할머니, 36세 이집트 남편과 생이별…"하루종일 운다" - 머니투데이
- 강형욱 아내 미담 등장…"수억원 불탔다" 물류업체 대표에 보인 반응 - 머니투데이
- 내 자식 부회장 낙선에 앙갚음?…'악성민원' 학부모, 조희연 무고로 고소 - 머니투데이
- "여기도 오물 삐라 터져" 마포까지 '지저분'…북한의 저급한 대남선전 - 머니투데이
- [단독]'한국형 패트리엇' 천궁-Ⅱ, 이라크에 수출한다…최소 3.5조원 - 머니투데이
- 이상민, 전처 이혜영 노래 나오자 정색…"그만 불러" 탁재훈 당황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