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갈등 키운 고무줄 방역..원칙 버리고 신뢰 잃었다

지영호 기자 2021. 1.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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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어린이 축구교실에서 관계자가 운영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해동검도나 줄넘기 교실, 축구교실 등 아동과 학습 목적을 가진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교습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중대본 회의 후 "방학이 시작되며 학생 돌봄 공백 문제 심화에 따라 학원, 체육도장 업종에 대해 조건부 운영을 허가했다"며 "운영 형태가 유사한 미신고 업종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돌봄과 학원 기능의 경우에만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부터 해동검도나 줄넘기 교실, 축구교실 등도 태권도장, 학원 등과 마찬가지로 밤 9시까지 9인 이하 교습이 가능하다. 우선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고려해 돌봄 및 교습 기능을 수행하는 유사 업종만 9인 이하 교습 허용을 적용한 것이다. 2021.1.7/뉴스1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기준을 거듭 수정하면서 업종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면 제도를 손질하는 방식이다 보니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 '원칙 없는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대생의 의사 국가고시 허용으로 불거진 공정성 및 형평성 논란이 방역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정부는 7일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8일부터 학원 수준으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해동검도나 줄넘기, 축구교실처럼 운영형태는 유사하지만 체육도장업에 포함되지 않은 시설도 동시간대 9인 이하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대상을 아동·학생으로 국한했다. 앞서 완화한 학원·교습소와 비슷한 자녀 돌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등록업종이 달라 영업하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개문 휴업' 등의 방식으로 방역 대책에 항의해 온 헬스장 등 사실상 성인이용 실내체육시설업주들의 반발이 더 커질 조짐이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헬스장 이용객의 99%가 성인"이라며 "굶어죽어가는 자영업자들 10일 국회에서 만나자"며 집회를 독려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7일 오픈 시위 중인 서울시내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기구를 소독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학원, 태권도장과 동일하게 아동 학습 목적을 가진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9인 이하 교습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헬스장은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2021.1.7/뉴스1

떼 쓰면 통하나...고무줄 핀셋방역 불평등 키워

정부는 이런 반발을 고려해 헬스장 등 성인 대상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제한 완화조치를 거리두기 2.5단계 종료 시점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또 다른 업종에서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질 경우 이를 거절할 명분이 약해지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방역 기준을 두고 업종별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어서 이른바 ''떼법'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의견을 수용할 경우 1년여간 유지한 방역 둑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이런 혼란을 일으킨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원칙을 만들고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사회에서의 불분율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자꾸 이런 기준을 무너뜨리면 구성원의 실행 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일부는 풀어주고 일부는 장기간 영업을 금지하면서 결과적으로 갈라치기를 한 셈"이라며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수용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북극한파'가 한반도를 덮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언 손을 녹이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40명을 기록,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유행이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감소하는 시기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21.1.6/뉴스1

원칙없는 방역에 신뢰 하락...새판 짜야
정부가 정해놓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는 사회적 거리두기다. 정부는 첫 거리두기 3단계 상향 기준을 확진자 100명 이상으로 정했다가 확진자 증가 조짐이 나타나자 5단계로 개편하면서 800~1000명으로 대폭 완화했다. 또 하루 1000명대 환자가 발생하면서 이 기준을 넘어섰지만 정부는 '상향의 요건일 뿐'이라며 단계 상향을 하지 않았다.

변칙적인 운용도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켰다. 거리두기를 기준에 없는 0.5단계 상향하거나 +α(알파) 형태로 적용해 비난을 샀다. 거리두기 발표 때면 '정부가 3단계 진입을 피하기 위해 2.99단계까지 만들어낼 것'이란 조소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거리두기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서 기초자치단체마다 서로다른 기준을 적용해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발생하기 용이한 장소나 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핀셋방역'은 업종간 불평등 문제에 불을 지폈다. 예컨대 음식점은 착석이 가능하지만 카페는 불가능하게 운영하면서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에 이용자가 몰리는 등 불만이 누적됐다. 또 학원 영업이 금지되자 스터디카페로, 스터디카페도 금지되자 패스트푸드나 브런치카페로 이용자가 몰렸다.

이 외에도 밤 9시 이후 운영 금지는 다양한 형태의 변칙 영업을 촉발시켰고 업종 신고에 따른 기준 적용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3단계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안다"고 지적하면서 "집합금지 완화 계획이나 백신으로 희망고문을 하기보다 실효성, 수용성을 고려한 새로운 거리두기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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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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