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경직성·이중구조에 갇힌 노동시장..취업 빙하기 불렀다
<중> 노동 기득권이 촉발한 일자리 논란
현대차 젊은 연구원 "생산·기술직 일 덜하고 돈 더 받아" 불만
코로나 시대 한번 탈락 땐 평생 정규직 배제 '기형적 현상'도
'산업화 유물' 연공 서열 벗어나 성과 중심 보상 등 변화 필요 중>
노동 전문가들은 산업화 시대의 연공서열, 노동 경직성, 호봉제 등이 바뀌지 않으면 “노동의 미래도 결코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경제 상황과 인력 운용 방식의 변화, 디지털화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메가트렌드급”이라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격차를 해소하는 혜안을 찾으려면 입·퇴직 자율화, 성과 중심의 보상 등을 함께 다루는 전체적 구조의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불만과 ‘공정’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있었다. 남양연구소 연구직 노조는 입사 10년이 되지 않은 청년 연구원들이다. 서울경제가 만난 연구원 2명은 노조가 고령의 생산직만 배려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 A 씨는 “연구소 기술직은 실험을 준비하는 간단한 업무를 하는데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유튜브 보는 소일거리를 한다”며 “그런데 연차가 높으니 돈은 더 받아가고 노조가 너무 강하다 보니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성과급의 감소로 임금이 줄었다. 임금 인상률은 직무에 상관없이 일괄 적용된다. 많이 일하든 적게 일하든 임금이 고정돼 있으면 일에 집중할 필요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나 시대 취업 빙하기···한 번 탈락하면 영원히 정규직에서 배제=코로나19로 인한 청년층의 취업 빙하기는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로 20대 후반을 맞는 청년들이 아예 양질의 일자리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앞으로 경기가 호전돼 채용이 늘어난다고 해도 30대가 되면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이직을 목표로 해도 첫 직장의 이력이 다음 직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취업 적령기의 경제 상황이 평생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고용 상황 악화는 지표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인 이상 민간 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4·4~1·4분기)은 2016~2018년 30만 명 내외를 유지하다가 2020년 25만 3,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다”고 응답한 20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3월 40만 명을 넘겨 같은 해 8월 43만 7,000명으로 고점을 찍었다. 입·퇴직을 자유롭게 하고 수시로 인재를 채용하는 노동 유연화가 유일한 해법이다.
인국공 보안검색원 등의 정규직화를 놓고 벌어진 ‘공정성’ 논란은 노동 제도의 모순이 총집합된 결과다. 20대 후반에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비정규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일자리는 해고도 쉽지 않아 안정적이고 임금도 호봉제에 기초해 매년 자동으로 오른다. 노동 제도를 비합리적으로 남겨둔 결과다.
◇산업화 시대 ‘평생직장’ 신화에 머무른 제도=호봉제, 일괄 채용, 노동 경직성 등 문제로 지적받는 제도들은 산업화의 유물이다. 고도성장기에는 일단 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괄 채용해 입사 후 교육하는 방식이 유리했다. 평생 한 곳의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기업은 해고를, 근로자는 이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연차에 따라 직급을 상향했기 때문에 호봉제를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업무가 전문화되면서 입사 전부터 근로자들이 특정한 업무를 위한 지식을 쌓고 노동생산성을 높여 이직하는 변화의 물결이 거센 상황에서는 호봉제와 같은 제도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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