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트럼프 지지자들에 짓밟힌 美의회..국제사회 충격
<출연 : 김지수 연합뉴스 융합뉴스부 기자>
[앵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언론과 SNS를 통해 생중계된 폭력 사태를 규탄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선거 결과를 인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이번 사태, 김지수 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 의사당이, 시위대에 의해 무법천지로 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대거 난입한 사건,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현지시간 6일 오후 1시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대거 난입했습니다. 의사당에서는 지난해 11월 대선과 관련해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시위대 난입으로 회의는 개시 1시간여 만에 중단됐고,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주요 인사들이 급히 대피했습니다. 이날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기 전 의사당 근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고 상당수 지지자들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 가까이로 진입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상원 회의장에 난입한 이들은 상원의장석을 점거하고, 하원 회의장 앞에서도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습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까지 동원했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네 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워싱턴DC는, 이날 오후 6시부터 통행금지를 명령한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20일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앵커]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미 의회가 점령당한 날, '민주주의 모범국'을 자랑해온 미국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날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차기 대통령 인증을 위한 의회 회의가 열리던 날이었잖아요.
[기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의회 회의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로 중단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한 상태라 이번 회의는 당선인 확정의 마지막 관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 선거 주장에 종지부를 찍는 날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총격 사망자까지 발생해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해야 할 자리가 폭력과 충돌로 얼룩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선동해 폭력 사태를 촉발했다는 거센 비판론에 직면했습니다. 그동안 상·하원 회의는 형식적 절차로 여겨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고 일부 공화당 의원이 동조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당선인 확정의 마지막 절차로 주목받았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의회 난입 사태가 발생하자 "시위가 아닌 반란"이라며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시위대를 최대한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엄정 대응'을 약속했습니다. 의사당 난입 사태는 주 방위군과 연방 경찰이 투입된 끝에 네 시간 만에 정리됐습니다. 의회는 이날 밤 회의를 재개해,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당장, 비난의 화살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 난입에 앞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연설을 통해 바이든 당선인 측을 향해서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지지자들이 의회로 향하도록 독려해 폭력 시위를 선동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위터에 "이날을 영원히 기록하라"고 쓰는 것을 비롯해, 부정 선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 사태로 인한 충격파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죠.
[기자]
사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메시지를 보면, 시위대를 옹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라고 옹호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영상 메시지를 올려 "사랑과 평화를 가지고 귀가하라,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전했습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거를 정당화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폭력 사태를 공공연하게 용인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대선 사기 논란을 촉발한다면서 규정 위반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삭제했습니다. 트위터는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잠정 정지시켰습니다. 또 규정 위반이 계속될 경우 계정을 영구히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에게 '사랑과 평화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영상 메시지를 삭제했습니다.
[앵커]
세계 민주주의의 중심이라는 미국에서, 그것도 민주주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짓밟혔는데요. 이 사태를 지켜본 국제사회의 충격도 클 것 같습니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언론과 SNS를 통해 이번 사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요. 어떤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생중계된 폭력 사태를 보면서 이를 규탄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선거 결과를 인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몇몇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날을 세웠습니다. 제러미 헌트 전 영국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부끄럽게 하고 동맹국에게 비통함을 안겨줬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민주주의의 적들은 워싱턴의 끔찍한 장면을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미국과 대치 관계에 있는 나라들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습니다. 터키는 "미국에 있는 모든 당사자가 절제와 상식을 보여달라"고 주문했고, 러시아는 이번 사태는 그동안 미국이 보여준 위선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도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를 대서특필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몸서리쳐지고 부끄럽고 암울한 날이 될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쿠데타와 폭동을 환기시키시키는 놀라운 장면이었다"고 혹평했습니다.
[앵커]
전임 미국 대통령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면서요. 게다가 탄핵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속해 있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겹고 안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4년간의 독성 있는 정치와 의도적 허위 정보가 의사당 점거를 부채질했다"라고 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역사는 현직 대통령이 선동해 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력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수치'라고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에서 끌어내리라"며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압박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과 승계 문제를 규정한 조항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탄핵론을 재점화한 겁니다. 퇴임이 2주밖에 남지 않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빗발친 것이죠. 탄핵 요구는 재계에서도 나왔습니다. 미국제조업 협회는 "펜스 부통령은 권한 대행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더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의회 난동에 대해 음모론과 거짓 정보가 나돌면서 폭력과 비방을 부추겨온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현장에는 '프라우드 보이스' 등 극우단체, 백인우월주의, 신나치주의 집단이 목격됐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거센 비판은, 공화당과 '친트럼프' 진영 인사들에게서도 나왔습니다. 일제히 폭력 시위를 규탄했고요. 또,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초유의 사태로 행여나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며 시위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기도 했어요.
[기자]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에 이의를 제기한 공화당 의원들마저 난동 직후 잇따라 시위대와 선 긋기에 나선 게 대표적입니다. 회의 초반 애리조나주 선거 결과 인증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의사당 난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은 시위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불렸던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도 의사당 점거 사태를 "너무나 충격적이고 경멸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동안 바이든 당선인 인증에 반대해온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입장을 바꾸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들 의원은, 바이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해 투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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