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민주주의 짓밟고 마지못해 "정권이양"

사상 초유의 의사당 난입 사태
트럼프 지지 시위대 수천명 몰려
바이든 승리 확정 회의 중단
총격전 등으로 총 4명 사망
의회,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

미국 민주주의 상징인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이 '트럼피즘' 신봉자들에게 점령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6일(현지시간) 벌어졌다. 총격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는 15일간 공공비상령이 발동됐다. 의사당 주변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려 있다. AP뉴시스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에서 '민주주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수도 워싱턴DC에서 연방의회 의사당이 시위대에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의사당에 들이닥쳤다. 미 의회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총격전으로 여성 1명이 의사당 안에서 사망했다. 또한 의사당 밖에서도 3명이 숨졌다.

250여년 미국 역사상 의사당이 적의를 품은 세력에 의해 점령된 것은 1814년 영국군의 워싱턴DC 침탈 이후 100여년 만이다. 또한 일대 오점으로 기록될 이 사건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이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충격과 깊은 실망에 빠졌다.

의회는 이날 점심 이후 합동회의를 열어 각 주에서 보낸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집계하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백명의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하는 바람에 1시간여 만에 정회를 선언하고 긴급 대피했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는 오후 3시쯤 벌어졌다. 대부분 백인 남성인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과 하원 의장실 등 의사당 곳곳에 난입해 대선 불복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충격의 의사당 난입 사태는 오후 5시30분께 당국이 의사당 건물 내 시위대를 몰아냄으로써 4시간여 만에 간신히 종료됐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시위대의 이번 난동을 '내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폭동 선동'으로 규정했다. 일부 연방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쿠데타 시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을 불과 2주 앞두고 탄핵론에 다시 휩싸이면서 불명예 퇴진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3 대선 이후 처음으로 지지자 공개 연설을 가지며,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 불복을 부추겼다. 상·하원 의원들이 의사당 밖으로 대피하고 90여분이 지나고서야 뒤늦게 시위대에 진정을 촉구하는 기이한 행동도 보였다.

전 세계는 미 의사당에서 의원들이 달아나고, 최루가스로 방독면을 쓰고, 상·하원 의장실이 침탈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각국의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아니다"라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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