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4년 전 원분양가 돌려줄테니 집 빼라"..마린시티 피해 입주민 시위

김신은 2021. 1. 7. 17: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정 당첨자가 판 분양권을 모르고 사들인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시행사 측의 계약취소 소송으로 퇴거 위기에 처하자 7일 단체 시위에 나섰다. /부산=김신은 기자

입주민 “선의의 피해자 계약취소 부당…법적 대응 준비 중”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힘들게 번 돈을 열심히 모아 새 집으로 이사했는데 갑자기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이제 이 돈으로 전세도 못 구해요."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아파트인 줄 모르고 분양권을 산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시행사의 계약취소 소송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단체 시위에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이 아파트의 피해 입주자들은 7일 마린시티 자이아파트 앞에서 시행사가 재분양으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공급계약 취소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피해 입주자는 "평생을 모은 돈으로 집 한 채 겨우 마련했더니 최초분양자가 부정당첨자라며 시행사 측이 공급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한다"며 "원분양가를 돌려주겠다고 나가라는데 그 돈으로는 이제 전세도 못 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사는 입주시점에 부정청약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다가 시세가 상승하니 부정청약 세대 계약을 취소하고 재분양하겠다고 나섰다"며 "이는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아파트 피해 입주자 등에 따르면 4년 전 경쟁률이 450대 1이던 아파트 청약에서 위장 결혼 등의 수법으로 당첨된 부정 청약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되자 시행사 측이 뒤늦게 현 입주자를 상대로 주택계약 취소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경찰청은 2016년 이 아파트 청약 당시 브로커를 낀 50여명이 특별·일반 공급에서 위장 결혼을 하거나 허위 임신 진단서·주민등록등본·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위조해 당첨된 사실을 적발해 최근 검찰에 넘겼다. 36개 입주 가구가 부정 청약을 알지 못하고 분양권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행사는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택법 65조(공급질서 교란 금지)를 근거로 최근 9세대를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아 질서를 교란시킨 자들에 대해서는 시행사가 공급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이들은 이미 4년 전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았고, 이와 관련없는 현 입주자들은 분양가액만 돌려받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시행사는 소송을 제기하며 원분양가의 감가상각비 10%를 제외한 금액을 받고 집을 비우라는 내용증명서를 해당 입주민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33평 기준 11억원으로 4년 전보다 6억여원이 올랐다. 시행사가 현재 시세를 반영해 재분양을 하게 되면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된다. 시행사 측은 20여가구에도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에 나온 해운대구의회 김정욱 의원은 "전국적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청약취소 후 재분양 가격이 원분양가 이상으로 받지 못하도록 하는 국토부의 주택공급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며 "다행히 국토부는 이번달 안에 개정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 입주자들은 계약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또 이들은 앞서 ‘해운대구에 선의의 피해자를 가려 공급계약 취소를 막아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해운대구는 "해당 아파트 시행사가 공급계약 취소 뒤 재분양 승인을 신청하더라도 승인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정 청약을 모른 채 아파트를 매수한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재분양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도 모르게 발생한 일로 자기집에서 억울하게 쫓겨나지 않도록 법 개정안을 바로 발의하겠다"면서 "국토부도 1월 안에 청약 취소 후 재분양 가격이 최초분양가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hcmedia@tf.co.kr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