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위험업종 대출관리 고삐 죈다

빈난새 기자 2021. 1. 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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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관리 경고등 켜진 금융권]
실물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에
은행 '부채 후유증' 경계감 커져
여가 서비스·섬유잡화 제조업 등
상반기 여신 관리업종 대상 확대
[서울경제] 지난해 각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과 초저금리로 우리 가계·기업이 진 빚이 천정부지로 불어난 가운데 은행권이 전방위적인 대출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 실물 경기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더 세밀한 여신 관리가 필요한 산업을 추가로 늘리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이 정작 실물경제가 아닌 자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금융권에서는 ‘부채 후유증’에 대한 경계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부채 거품이 터지면 빚으로 연명해온 한계 기업과 취약 차주가 한꺼번에 부실화할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원리금 상환 유예를 필두로 각종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를 연착륙시켜야 할 시점이어서 미뤄둔 부실이 본격 드러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팽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정기 산업 평가를 거쳐 올 상반기 여신 관리 산업을 선정했다. 은행들은 통상 1년 1~2회 관리 산업을 선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당 산업에 대한 대출 한도를 별도로 정한다. 관리 산업이 되면 영업점 전결로 내줄 수 있는 대출액이 줄고 운전자금 한도가 축소되는 등 대출 심사·집행 과정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

A 은행은 올 상반기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과 미용실·세탁소 등 기타 서비스업을 추가로 관리 산업으로 선정했다. 대표적인 공급 과잉 업종인데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은 업종들이다. B 은행은 상반기 170개였던 세부 관리 업종을 화학제품, 소비재 도매, 섬유 잡화 제조업 등 20개를 추가해 총 190개 업종으로 확대했다. C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이미 항공·여행서비스업, 공연 시설 운영업 등 코로나19 관련 취약 업종을 관리 산업으로 추가해 올해까지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상점이 영업을 종료한 모습. /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관리 산업 지정 여부와 별개로 유통업·숙박업·음식점업 등 코로나 타격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관리를 타이트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금융 지원 차원에서 지난해 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만큼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신용 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은 10월 말 기준 1년 전보다 12.2% 늘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19.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실적과 수익성은 악화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기업은 더 늘었다. 한국은행이 올해에도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경우를 가정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부도 확률은 지난해 1.41%에서 올해 1.59%로 치솟을 수 있다. 올해 중 기업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부도 확률은 1.38%로 전망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31%)보다 높았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관건은 코로나 이후 살아날 기업과 그렇지 못할 기업을 구분해 지원하는 것”이라며 “무차별적인 연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 대출도 위험 수위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 대출은 1년 전보다 9.7% 급증해 가계 부채 죄기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늘어왔던 과거 증가세와 달리 지난해는 신용 대출이 역대 최대인 21.6%로 폭증하면서 전체 증가를 이끌었다. 담보가 없는 신용 대출은 부채 거품이 꺼지면 차주 부실과 금융기관 부실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더 신용 리스크가 높다고 여겨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신용·고소득 차주 비중이 늘고 연체율이 하락하는 등 가계 대출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금리 하락, 평균 대출 만기 장기화 등의 영향이 점차 축소될 수 있고 주담대보다 부실 위험이 큰 신용 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른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가계 부채의 부실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들은 코로나발 부실 우려에 대비해 대규모의 충당금을 미리 쌓아둔 만큼 단기적으로 금융권 부실의 위험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리금 상환 유예, 자산시장 거품 등으로 잠재된 리스크가 큰 만큼 안심하기는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의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들 스스로 수익성 훼손을 감수하고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려 쌓고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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