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졌던 금융·정유株 "우리도 같이 간다"
하나·DGB·KB금융 5%대 상승
시장금리 올라 실적개선 기대
유가 상승에 정유주도 오름세
통상적으로 '배당락(배당기준일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 이후 금융주는 연초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지만 이날 금융주 주가가 대폭 올라 주목을 끌었다.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금융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5.90%), DGB금융지주(5.88%), KB금융(4.55%), 신한지주(4.17%), IBK기업은행(1.95%) 등이 전 거래일 대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생명보험 관련주 역시 이날 강세를 보였다. 한화생명이 상한가에 가까운 26.55%까지 오르며 마감한 데 이어 동양생명 17.32%, 미래에셋생명 9.87%, 삼성생명은 4.13% 올랐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년 12월에는 배당 기대감으로 은행주가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상승이 없었다"면서 "금융주는 지난달 감독당국에서 배당 규제 발언이 나온 이후 내내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배당락 이후 금융주를 바라보는 투자자 시선은 시장금리와 실적 개선 추세에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완만한 금리 상승 등을 이유로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순이자마진과 예대금리차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하나금융투자는 지방은행들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지 않거나 일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들도 NIM이 평균 1~2베이시스포인트(bp·0.01%) 이상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당기순이익 예상치가 1조8738억원으로, 지난해 예상치와 비교해 2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최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가치주 순환매 가능성과 올해 배당성향 정상화 기대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생명보험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왔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는 금리 상승 시 변액보험의 보증준비금 전입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더 멀리 보면 2023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돼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도 낮아진다. 올해 예정된 실손보험료 인상도 생명보험 관련주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이날 국제유가 상승 흐름을 타고 정유주 역시 오름세가 돋보였다. 국제유가가 약 10개월 만에 배럴당 50달러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르면서 실적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에쓰오일은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날 26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석유 제품 재고는 지난해 말 기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수급 밸런스가 맞춰지면서 의미 있는 정제마진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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