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죽음을 떠넘긴 모두가 변해야 산다

구경우 기자 2021. 1. 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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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휴에도 작업에 나선 노동자가 공장 설비에 끼어 사망한 소식이 들렸다.

예정에 없던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생을 마감한 고(故) 김용균 씨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당한 김 씨도 모두 외주 업체 소속이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과 사업주 모두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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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정치부 기자
[서울경제] 새해 연휴에도 작업에 나선 노동자가 공장 설비에 끼어 사망한 소식이 들렸다. 예정에 없던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도 하청 업체 직원이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생을 마감한 고(故) 김용균 씨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당한 김 씨도 모두 외주 업체 소속이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하청을 통한 ‘죽음의 외주화’는 흔한 일이 됐다.

국회가 대규모 사업장을 주요 처벌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든 것도 이를 막기 위해서다. 원·하청할 것 없이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숨지면 경영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규제다.

과연 이 법은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큰 경각심을 줄지언정 사망 사고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해 사망 사고 시 사업주를 최장 7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죽음의 외주화는 비용을 줄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탄생했다. 국내 대형 사업장은 대부분 연공서열식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택하고 있다. 위험한 작업에는 보상이 따라오지 않고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그 결과 위험한 일은 ‘원청이 지시하지 않는’ 하청에 넘어갔다. 비용은 줄이고 책임은 하청이 진다. 이런 구조 탓에 법이 처벌을 강화해도 법원에서 원청의 책임을 명확하게 묻기 어렵다는 시각이 크다.

그나마 해법이 있다면 모두가 원청의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과 사업주 모두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역시 비용이 문제다. 글로벌 산업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1~2% 이익률로 죽고 산다. 기업이 연공서열식 호봉제로 모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정년 보장까지 하고 살아남는 일은 꿈에 가깝다. 결국 생산성,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직무급제가 도입돼야 가능한 일이다. 위험한 일을 하는 작업자가 높은 임금을 받는 제도다.

고임금은 전문화를 촉진해 숙련도를 높이고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숙련 인력의 사고는 기업의 손실이다. 이에 대한 강한 처벌마저 피할 수 없다면 기업은 안전에 더 많은 투자하게 될 것이다. 처벌이 아니라 보상으로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연공서열의 꼭대기에 있는 기성세대와 이들이 대표하는 노동계의 양보가 필요한 일이다. 죽음을 바깥으로 떠넘긴, 안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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