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 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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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북전단살포 등을 형사처벌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과 북한 인권단체들은 이 법을 '김여정 하명법'이라 부르며 인권을 침해하고 북한의 변화를 막는 악법이라 주장한다.
미 의회의 관련 청문회 개최 움직임 등 국제사회에서 부정적 반응이 커지자 정부는 최근 해외 외교·안보전문가들에게 이 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이메일까지 보냈다고 한다.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사회와 북한동포들을 백안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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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서독분단 당시 빌리 브란트와 에곤 바 등 좌파 사민당 인사들도 소위 ‘안정화를 통한 자유화(Liberalization through stabilization)를 추구했다. 먼저 동독정권을 안정화시켜야 그곳 주민들 인권개선도 가능하니 우선 그들에 영합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좌·우파 불문하고 많은 비판이 있었다. 우파 기민당 정치인 알로이스 메르테스는 ‘우리에겐 인권을 침해하는 체제를 안정화시킬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고, 동독건국 주역이었으나 이후 서독으로 탈주한 볼프강 레온하르트는 ‘공산체제 변화를 위해서는 그 지도자들에 대한 아래로부터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필요조건’이라 역설했다. 일부 동구 반체제지식인들도 서독정치인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들과 회동조차 꺼렸던 일을 지적하며 ‘동방정책은 진정한 평화의 기본조건인 자유의 거부를 의미한다’고 동방정책 자체를 비난했다.
1980년대 말 실제 동독에서 일어난 변화는 서독 좌파 정치인들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동독체제는 동방정책 덕에 일시 안정되었지만 기대했던 자유화는 없었다(Stabilization without liberalization). 정작 자유화는 아래로부터의 봉기로 정국이 불안정해진 뒤에나 시작되었다(Liberalization through destabilization). 일관되게 동방정책을 지지했던 좌파언론 ‘디 차이트 ‘도 마침내 동독 내 변화가 ‘접근을 통한 변화’가 아닌 ‘저항을 통한 변화’임을 인정하였다.
서독의 경우 분단 당시 우연히 동쪽 지역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오롯이 분단고통을 겪고 있는 동독주민들에 대해 서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좌·우가 없었다. 사민당 동방정책도 초기 버전 ‘작은 걸음 정책(policy of small step)’에서는 동독주민들의 ‘삶의 조건 개선’을 지향했다.
우리 대북정책은 목표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 현 정부는 북 지도부와 관계개선에만 애쓸 뿐 북한사회의 변화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리 북한동포들 역시 분단 당시 우연히 북쪽 지역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더 가혹한 분단고통을 오롯이 겪고 있다. 당연히 이들의 ‘삶의 조건 개선 ‘이 우리 대북정책의 주요목표여야 한다.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사회와 북한동포들을 백안시한 것이다. 폐지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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