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투자본색'..美데이터분석 기업 샀다

이종혁 2021. 1. 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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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합작 2주일새 또 M&A
美유망 스타트업 알폰소 투자
870억원에 지분 50%이상 확보
HW중심서 탈피 SW역량 강화
스마트TV에 고객데이터 활용
전세계 고객에 맞춤형 콘텐츠
권봉석 "고객관점서 상품개발"
LG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TV 콘텐츠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알폰소(Alphonso)'를 8000만달러(약 870억원)에 인수한다. 지난해 말 캐나다 차량 전자장비 기업 마그나인터내셔널과 1조원대 합작 계약을 맺은 지 2주일 만에 단행한 추가 인수·합병(M&A)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그동안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TV 사업 포트폴리오를 소프트웨어 분야로 다변화하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LG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에 약 8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알폰소는 2012년 설립된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업체다. 이 업체는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에서 1500만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도 축적했다. 알폰소는 이 같은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LG전자와 협업 중이며 일본 샤프·도시바, 중국 하이센스·스카이워스 등 글로벌 유력 TV 제조사와 콘텐츠 기업에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기존 주력 사업(TV)에 디지털 전환을 접목해 서비스, 콘텐츠, 소프트웨어(SW)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하드웨어 중심이던 기존 TV 사업에 신성장 동력을 더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알폰소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활용해 TV 구매 고객에게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LG TV의 열성팬으로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알폰소가 가진 스타트업 고유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되는 자율성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경영진과 직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미 전 세계 소비자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TV로 방송국뿐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에 익숙하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 출하된 TV 가운데 스마트 TV 비중이 83% 이상이다. LG전자 TV 중 스마트 TV 비율도 90%를 넘는다.

LG전자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서비스·콘텐츠 경쟁력을 차별화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일본 등지의 경쟁기업을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약 2억2000만대 규모로 추산되는 전 세계 TV 시장에서 LG전자는 약 3000만대를 차지하고 있다. LG는 특히 고급 TV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앞세워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LG전자 OLED TV는 글로벌 전체 OLED TV 판매량 중 절반이 넘는다.

LG전자 관계자는 "광고 등 콘텐츠 관련 수익과 TV 판매 기반 확대 등 가시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TV와 가전이 연계되는 추세인 만큼 가전 부문과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알폰소 인수를 권봉석 사장(사진)의 미래 준비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하드웨어 중심 사업구조를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로 다각화해 성장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진단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취임 당시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디지털 전환과 같은 능동적 대응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디지털 전환은 변화와 성장, 즉 지속가능한 성장의 초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권 사장은 지난 4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기존에 없던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X+α를 통해 '슈퍼 X'를 만드는 점진적 성장을 뛰어넘어 X+α를 통해 Y를 만드는 파괴적인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표준화·공용화·모듈화에 중점을 둔 제조업 관점에서 벗어나 세분화 전략을 토대로 고객 관점의 상품과 서비스를 과감하게 개발하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구광모 LG 회장이 올 신년사에서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속 열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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