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애정 기억하겠습니다"..서경배회장, 희망퇴직자에 편지

심상대 2021. 1. 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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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아모레퍼시픽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7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의 자택으로 본인 명의로 작성한 감사 편지를 보냈다. 편지가 담긴 상자에는 '설화수' 브랜드 화장품과 '바이탈뷰티' 브랜드 건강음료를 동봉했다.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후 다시 한번 해당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셈이다.

서 회장은 편지에서 "회사와 동료를 향해 보여주신 믿음과 애정을 기억하겠습니다"며 "아모레퍼시픽과 함께한 시간이 부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소망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아름답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며 "아름다움을 향한 여정에 함께해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고 덧붙였다. 하얀색 종이에 작성된 편지는 서 회장의 서명을 끝으로 간략히 마무리됐다.

이에 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하자 최후의 자구책으로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 아모레퍼시픽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은 창립 75년 만에 처음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전사 비용 절감, 임원 급여 삭감, 조직 인력 재배치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돼 불가피하게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15년 차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으며 이들에게는 근속연수+5개월치 급여를, 20년 차 이상 된 직원들에게는 40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했다. 희망퇴직은 지난해 말까지 신청받았으며 해당 직원들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퇴사 처리된 상태다. 희망퇴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처럼 그룹 회장이 퇴직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에 몸담으며 K뷰티의 세계화에 앞장선 임직원에게 위로금과 별도로 고마움을 전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처음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회사 안팎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것으로 안다"며 "서 회장이 위로금과는 별개로 퇴직한 직원들에게 진실된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말 배동현 대표가 사임한 뒤 김승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다.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서 회장과 김 대표이사는 당분간 위기 극복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온라인 신년사를 통해 "고객과 유통 변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며 "철저히 고객 중심이던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아모레퍼시픽은 '함께 이기자'는 경영 방침하에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다.

[심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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