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경찰 믿겠냐"..여야 '정인이 사건' 대응 질타(종합)
與 "대책 전부 재탕삼탕"..野 "경찰이 스스로 檢족쇄 갇혀"
(서울=뉴스1) 김진 기자,이준성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7일 전 국민적 공분을 산 '16개월 정인이 학대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미흡한 대응체계를 집중 질타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철저한 자성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행정안전부에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매뉴얼 등 대책 수립과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관련 부처와의 범정부적 대응을 당부했다.
행안위는 이날 오전 11시15분부터 오후 3시까지 김창룡 경찰청장, 이재영 행안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정인이 사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실시했다.
'정인이 사건'은 양부모 학대를 받던 입양아동이 입양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망한 사건이다. 3차례의 학대의심 신고에도 경찰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역할을 하지 못한 사실이 지난 2일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에 여야를 불문하고 "방송을 안 탔으면 어떻게 됐겠냐(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이 경찰의 수사를 믿겠나(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등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 출신인 임호선 민주당 의원은 "피해 아동의 이름이 자꾸 불려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양천서 아동학대 사건'이라고 부르겠다"고 꼬집었다.
특히 3차례의 경찰 신고가 묵살된 과정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신고 내용상 피해자가 중복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창룡 청장은 "APO 시스템에서는 신고자를 기준으로 관리된다"며 "피해자를 기준으로도 관리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 중"이라고 답했다.
학대아동의 '멍'과 '몽고반점'을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경찰 측 입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믿은 게 아쉬운 게 아니라 경찰이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김 청장은 "1차 때 신고 사항을 알고 접근했으면 좀 더 적극적 조치 가능하지 않았겠나.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그러자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정인이가 입양되고 난 직후부터 사진이 계속 찍혀 있다. 날짜에 따라서 피부가 변화하는 게 다 나와 있다"며 "그런데 이것을 몽고반점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불편하다고 하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의료진 등 전문가 집단에 책임을 미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청장이 얘기하는 거 보면 경찰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김 청장은 "그런 건 아니다. 좀 더 빈틈 없는 판단을 하고 또 초기에 경찰이나 국가, 기관을 통해서 이런 걸 막기 위해선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 여파로 전날 대기발령 조치된 서울 양천경찰서 서장의 처벌 가능성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청장은 "공무원 징계 책임 규정에 따라 처리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바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서장의 지휘 전반에 대한 책임 여부를 면밀히 파악해 조치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에서 무슨 일이 밝혀지면 그 때 가서 감찰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검찰 수사 결과로 경찰의 잘못이 밝혀지면 감찰 등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가해자 측과 경찰 측의 특수 관계가 의심된다'는 지적에는 "특별한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했다.
전날 경찰의 대책 발표가 과거부터 반복된 '재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전부 다 재탕, 삼탕"이라며 "전수합동 조사는 이미 2017년 6월, 7월까지 했다. 경찰 전문인력 협력 강화는 이미 3월8일 아동학대 범죄 보완대책을 관계 부처 협동으로 발표한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된 상황에서, 경찰이 스스로 국민적 불신으로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범수 의원은 "경찰이 스스로를 검찰의 족쇄에 가둬버린 상황"이라며 "이 사건도 검찰에서 다시 볼 것이고,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건도 검찰에서 다시 볼 거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도 검찰에서 다시 본다. 국민이 경찰의 수사를 믿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국가 권력기관 개혁이 시민생활 안전으로 귀결돼야 하는데 그게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면 이건 큰 문제가 발생한다"며 "행안위뿐 아니라, 공직자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야당에서는 이번 논란 직후 '입양아동 사후관리'를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인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청장은 "저희는 아동학대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입양 자녀 1인당 5점의 가점을 부여하는 주택청약 정책에 입양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이영수 차관은 "대통령께서 입양 정책 문제를 언급하신 것도 입양 취지에 맞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저희는 이해된다"며 "이 부분도 국토부와 함께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Δ학대예방경찰관(APO) 교육·인력 보강 및 처우 개선 Δ시·군·구별 전문 의료기관 지정 Δ전문심의위원회 구성 등이 제시됐다. 행안부에는 관련 부처와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매뉴얼 작성 등을 주문했다. 이에 이 차관은 "예방과 사후 조치,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하면 예방에서는 일선 행정기관의 역할이 클 것"이라며 "복지부와 상의해 더 세밀한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 기관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청장은 전날 대국민 사과에 이어, 현안질의 시작과 동시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김민철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 과정에서도 "경찰 책임자로서 경찰관이 조금 더 깊이있게 적극적으로, 세밀하게 대응했더라면 소중한 생명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어린 생명이 그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돼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책임감을 갖고 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해나가도록 국가수사본부, 자치단체 그리고 중앙행정 부처, 국회와 긴밀히 협조를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행안위는 이날 올해 1월부터 실시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후속법안인 Δ공직선거법 개정안 Δ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Δ전자정부법 개정안 Δ의무경찰대 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을 심사해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사법경찰관에게도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된 데 따라 예외 사유 등에 검찰 불송치를 추가하고, 관련 조항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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