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상파 재송신 분쟁과 정부 역할

박종진 2021. 1.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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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지상파 방송 재송신 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TV에 가입자당 월 재송신료(CPS)를 채널당 500원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송신료가 280원인 2012년 대비 지상파 채널 가치가 약 두 배 상승한 셈이다.

계약 자유 원칙은 지상파 재송신 계약에도 적용된다. 재송신료는 계약 체결에서 핵심 요소다. 정부는 재송신료 형성 과정에 간섭하거나 계약 체결을 강요할 수 없다. 재송신료에 대한 이견으로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빠지더라도 정부의 개입 수단은 제한된다.

그러나 계약 자유는 불변의 법 명제가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일상생활에 긴요한'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와 경쟁 사업자에 '필수'인 전기통신설비 제공 의무를 계약 체결을 통해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 이용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그 이용 계약을 사실상 강제한다. '보호'와 '이용'을 조화하기 위한 제도다.

지상파 방송이 '일상생활에 긴요한' 서비스인지 유료방송 플랫폼에 '필수' 요소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지상파 방송 시청자에 대한 영향력과 유료방송 플랫폼에 대한 위상은 상당하다. 지상파 방송을 공급받지 못하면 유료방송 플랫폼은 다른 대안이 없고, 가입자의 이탈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지만 음악 저작물과 같이 동시에 널리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의 공공 위상, 가치 및 기능을 고려하면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계약의 자유는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분쟁 해결을 위해 지상파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 방송법상 분쟁조정제도와 방송의 유지·재개 명령제도를 통한 정부의 간여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 분쟁 해결에 충분치 않은 것 같다.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재송신료가 방송법 금지 행위 규제에 따른 '현저히 불리한 거래 조건'인지를 실무 차원에서 입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J ENM과 딜라이브 간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을 방송법에 제도화돼 있지 않은 중재 절차로 해결한 바 있다. 중재를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 연봉 조정 방식이 채택됐다. 당사자가 제출한 프로그램 사용료 가운데에서 가장 합리 타당한 방안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체계다. 이러한 중재 절차를 공식 유형인 방송분쟁조정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분쟁조정절차 활성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분쟁조정위원회가 법원처럼 권위가 있으면서 전문 위원회다운 합리 타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 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분쟁조정제도로 분쟁을 해결할 경우 금지 행위 규제로부터 면제된다는 점을 명시해 분쟁조정절차로 유인하는 방법도 생각해 봄 직하다. 지상파 방송 재허가 평가 요소로 '분쟁조정제도 활용 노력'을 가점으로 부여하는 선택지도 고려할 수 있다.

유지·재개 명령제도 보완도 요구된다. 현행 제도는 단순한 협상 기한의 연장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전 계약에 따른 재송신료 공탁을 조건으로 지상파 재송신을 잠정 허용하도록 하면서 협상과 분쟁 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채널을 끊을 수 있는 협상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제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채널 간 구별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일부 실시간 시청이 중시되는 콘텐츠를 제외하면 가치가 모두 동일한 콘텐츠일 뿐이다.

시청자 선택이 콘텐츠가 가치 평가 척도로 직결된다. 그러면 유튜브 콘텐츠 수익 정산 알고리즘이 보편화할지도 모른다. 싸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서로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변화의 파고에 맞설 힘을 기르고 대비하는 것이 더 낫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tostyle@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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