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日 이화학연구소 산학협력 전담 자회사 설립 시사점

최호 2021. 1.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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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1917년에 설립된 자연과학 종합연구소다. 물리학, 공학, 화학, 수리·정보과학, 계산과학, 생물학, 의과학 등 폭넓은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국립연구개발법인이다. 기초과학 중심 연구기관 이미지가 강하다. RIKEN은 기술 이전을 전담하는 외부 법인을 설립한 이후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RIKEN은 2019년 9월 전액 출자로 기술 이전 자회사 리켄데이교를 설립했다. 자회사 이름 가운데 데이는 3개의 다리를 가진 솟을 의미하며, 숫자 3을 뜻하는 한자로도 사용된다. 리켄데이교는 경영, 기술, 사회공헌(CSR)의 3개 축을 바탕으로 일본 과학기술 혁신(이노베이션) 창출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러한 RIKEN의 자회사 설립은 일본 정부가 2019년 1월 시행한 '연구개발강화법 개정법'에 근거하고 있다. 개정법은 국립연구개발법인이 연구개발(R&D) 성과를 활용하기 위해 민간업체 대상의 기술 이전과 공동연구 사업을 중개하는 사업체에 대한 출자와 인력·기술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리켄데이교는 RIKEN의 산·학 협력 업무를 위탁받아 현재 4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첫째 RIKEN의 기술이전기관(TLO)으로서 연구원의 발명 상담, 기업 시장조사를 포함한 지식재산권(IP) 발굴·권리화 업무, 기업에 대한 IP 라이선스 영업 활동과 라이선스 계약 협상 업무 수행이다.

둘째 RIKEN 벤처 설립을 위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사업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사업을 시작한 벤처의 자금 조달을 위한 경영 지원 활동이다.

셋째 RIKEN과 기업과 공동연구 발굴·조정·계약에 관한 업무와 공동연구의 사업화 지원 수행이다.

넷째 RIKEN의 '지식'을 플랫폼으로 한 기업과의 공동 창출 활성화 활동이다.

리켄데이교 설립 이후 RIKEN의 산·학 협력이 가속되고 있다. 리켄데이교는 지난해 1월 일본 유명 의료기기·시약 메이커 시스멕스와 공동 창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4월엔 RIKEN의 연구 성과를 일본 제조업 혁신에 활용하기 위해 토요타자동차와 모노즈쿠리 제조혁신 협력 계약을 맺었다. 6월에는 의료 정밀기기 메이커 시마즈제작소와 RIKEN의 뇌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뇌·오감 계측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기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7월엔 일본 최대의 에어컨 메이커 다이킨공업과 공동 창출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RIKEN는 전액 출자 자회사인 리켄데이교 이외에도 민간기업과의 산·학 협력을 위한 공동 출자 회사도 설립했다. RIKEN과 리켄데이교는 10월 수리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활용하기 위해 정보기술(IT) 컨설팅 서비스업체 JSOL과 공동으로 리켄스리를 설립했다. 출자비율은 RIKEN과 리켄데이교가 각 25%, JSOL이 50%다. 리켄스리는 일본의 국립연구개발법인과 민간기업이 공동 설립한 첫 회사다. 이 회사는 수학 모델 R&D와 컨설팅, 수학 모델을 이용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개발, 데이터 플랫폼 구축·판매 관련 사업을 기업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한다.

RIKEN이 기술 이전 모델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100% 출자 기술 이전 자회사인 예다(YEDA)의 성공 사례를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예다는 1959년 설립 이후 2200개 이상의 패밀리 특허와 1만5000여개의 특허를 창출했으며, 710개의 라이선싱으로 연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수입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RIKEN과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 사례를 벤치마킹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한 기술 이전 출자회사 설립 포함, 다양한 제도 장치와 근거 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문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mspark@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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