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기업 99%가 "적용 유예 또는 제외"

이성택 2021. 1.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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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재해로 근로자나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경영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의결된 제정안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 50인 미만인 사업장(전체 사업체의 약 19%·2018년말 기준)에는 법 시행 후 2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 적용 유예 기간(2022년초~2024년초 사이) 동안 중대재해가 나면 50인 미만 기업 책임자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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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소위 통과.. 50인 미만 2년 유예, 5인 미만 제외
하청업체 사망사고 시 원청업체에 책임 물어
백혜련(왼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후퇴시켰다"며 피켓 시위를 하는 정의당 의원들 앞을 지나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사업장 재해로 근로자나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경영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4년 초부터 적용될 예정이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전체 사업장의 99%가 법 적용을 유예 받거나 아예 제외되는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7일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제정안은 8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5인 미만 사업장, 산재 사망자 22.7% 차지하는데 법 적용 제외

의결된 제정안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 50인 미만인 사업장(전체 사업체의 약 19%·2018년말 기준)에는 법 시행 후 2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공포 후 1년 이후로 정해져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뒤인 2024년 초에나 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초부터 법이 적용된다.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영세 소상공인을 배려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체의 79.8%에 이르고, 전체 산재 사망자의 22.7%(2017~2019년)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해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정의당과 양대노총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가 있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유예 등의 방식으로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적용 제외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위 종료 후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다수 의원들의 우려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근 진성준 의원 등은 "(건설 등)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만이라도 적용하도록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부가 여야 합의로 소위를 통과한 만큼 존중해달라는 입장이어서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크게 수정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협력업체 사고, 원청업체에 책임

다만 중대재해가 발생한 5인 미만 사업장이 하청업체라면, 이 업체에 일을 준 원청업체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원청이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를 해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이한빛 PD의 부친 이용관 씨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중대재해법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 적용 유예 기간(2022년초~2024년초 사이) 동안 중대재해가 나면 50인 미만 기업 책임자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업장에 일을 준 원청 업체의 경영 책임자는 유예 기간 중에도 처벌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협력업체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원청이 책임을 지는 때는 ‘도급이나 용역, 위탁’을 준 경우로 제한됐다. 사업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단순 발주만 했다면 발주처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의 정의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해졌다. 정작 권한이 있는 사장은 책임을 면하고, 안전보건 관리자만 처벌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노동계에서 나온다.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에 인ㆍ허가를 내준 공무원은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한편 근로자가 아닌 시설 이용자 등이 피해를 보는 중대시민재해는 상시 근로자가 10인 미만 사업장이나 면적이 1,000㎡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학교 등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제정안에 따르면 산재나 이용자 사망사고 발생시 안전조치 의무를 어긴 것으로 확인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함께 법인ㆍ기관도 5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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