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맞고 사망".. 김해 응급구조사, 3년간 노예로 살았다

김준호 기자 2021. 1. 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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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치사 혐의 적용한 경찰, 살인 혐의 검토
폭행. /일러스트=정다운

사설 응급구조단장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뒤 방치돼 숨진 직원은 오래전부터 상습 폭행에 노출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 상해 치사 혐의로 송치된 응급구조단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도 검토중이다.

7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사결과 상해 치사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의견 송치된 김해 한 사설 응급구조단의 단장 A(42)씨는 숨진 응급구조사 B(42)씨를 오래 전부터 상습 폭행해 왔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7년부터 함께 일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B씨를 때렸다. 폭행 뿐만 아니라 시말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월급을 감액하거나 협박도 한 것으로 보인다. 타 직원들이 월급 250만원을 받았지만 B씨는 사고비 등 명목으로 월급 50만원만 받았다는 진술도 나와 경찰은 이 부분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B씨는 A씨의 폭행을 피해 2018년 퇴사한 바 있다. 하지만 3개월 뒤 다시 일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특히 B씨가 숨지기 2개월 전부터 A씨의 폭행이 심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가 사망하게 된 작년 12월24일 폭행의 전말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작년 12월23일 B씨는 마산의 한 병원에 출동을 나갔다가 접촉사고를 냈다. A씨는 B씨가 이 사실을 자신에게 제대로 보고 하지 않자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한다” “너는 사람 대접도 해줄 값어치도 없는 XXX야”라며 무자비하게 때렸다. B씨는 그때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속수무책으로 구타 당했다. 경찰은 “오랜기간 이뤄진 폭행 등으로 인해 정신적 지배상태에서 B씨가 일방적으로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본부장(38)도 폭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폭행은 12월24일 오후 1시부터 25일 새벽 1시까지 12시간 동안 지속됐다. A씨와 아내(33)는 정신을 잃은 B씨를 둔채 사무실 옆 내실에서 잠을 청했다. B씨는 25일 오전 10시까지 차디 찬 사무실 바닥에 쓰러져 방치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B씨의 사인은 다발성 손상 및 외인성 쇼크사로 추정됐다. 외부로부터 몸 여러 부위를 수차례 맞아 충격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의식을 잃은 B씨를 A씨는 곧장 병원 등에 옮기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와 업체 본부장, 아내의 지인(35)과 함께 회사 응급이송차량에 B씨를 태운 뒤, 피해자 거주지 근처로 갔다. 이후 B씨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도 곧장 신고하지 않고 차량이나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머물렀다. 이들은 7시간 뒤 119 신고하기 전까지 폭행장면이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CCTV 등을 폐기하기도 했다. 사무실 CCTV 3대, A씨 아내 소유 식당 CCTV 2대, 피해자 집에 설치된 CCTV 2대 등 모두 7대다. B씨 집에 설치된 CCTV의 경우 명목상 B씨에게 맡긴 대형견을 보기 위함이지만, 사실상 B씨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의심된다.

경찰은 상해치사로 구속된 A씨에 대해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중이다. A씨 혐의 적용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A씨 아내와 업체 직원, 아내의 지인 등에 대해선 증거인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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