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인표 "한물간 차인표 연기로 이미지 족쇄 풀었다"
"필모그래피 '애프터 차인표'로 구분될 것"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배우 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코미디 영화 '차인표'로 그동안 쌓아온 젠틀맨 이미지를 내려놨다. 필모그래피를 볼 때 '애프터 차인표'로 나뉜다는 그의 말처럼 배우 인생 2막이 올랐다고 할만하다.
지난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차인표'는 왕년에 대스타였던 차인표가 전성기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이미지 변신을 꾀한 차인표는 무너진 건물에 알몸으로 갇힌 영화 속 차인표를 연기하며 짠한 웃음을 유발한다.
7일 화상으로 만난 차인표는 "(배우로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만난 영화가 차인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부여받은 이미지로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그러한 이미지에 안주했다"며 "편안한 존에 들어가서 즐기다 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영화 속 차인표처럼) 정체기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지 안에 갇혀있는 영화 속 차인표 모습이 공감이 많이 됐다"며 "대중들이 부여해준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 나의 의무,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족쇄가 돼서 변신하지 못하도록 옭아맨 것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차인표 없이는 불가능한 기획이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 제안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에 부담을 느껴 거절했지만 정체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커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 제목이 제 이름인 것도 부담스러웠고, 영화 속 차인표가 겪는 극심한 정체 상황에 대해서도 '나는 안 그런데'라며 부정했어요. 그런데 5년이 흐르는 동안 팬들이 떠나가며 제 현실이 진짜 영화처럼 돼버린거죠. 영화 속에서 내 이미지가 희화화되면 어떡하나, 또 외면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컸지만 '내가 이것을 영화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출연할 수밖에 없었어요."
실험적인 저예산 영화…세계관 확장했으면
차인표는 "실험적인 저예산 영화다"고 정리했다. 그는 "김동규 감독이 차인표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기만의 영화적 세계를 창조했다고 생각한다. 시도하지 않은 실험적인 장르"라며 "허구와 현실을 모호하게 오가는 작품으로 현실의 인물을 배치했다. 김 감독이 이러한 세계관을 계속 확장했으면 한다"고 북돋았다.
아내인 배우 신애라는 영화에 목소리 출연을 하는 등 그를 응원했다.
그는 "김동규 감독이 아내한테 출연도 요청했는데 목소리 출연으로 타협을 봤다"며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것을 알았으면 출연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회를 놓쳐 안타깝다"고 웃었다.
영화를 본 가족들의 반응도 전했다. 차인표는 "1월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가족들과 함께 같이 봤다"며 "코믹한 요소가 있을 때는 많이 웃었는데 갇혀있거나 불쌍한 장면이 나오면 현실과 허구를 구분 못하고 측은하고 불쌍해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영화가 끝나고 신애라씨가 애들한테 "아빠가 이제 얼마가 고생하는지 알겠지"라고 얘기한 것이 생각난다"고 머쓱해했다.
12년 만에 영화 주연, 올해는 창작자로
차인표는 "마지막으로 영화 주연을 한 게 2008년 '크로싱'이다. 그 다음엔 조연으로 참여한 적은 있고 예술영화는 있지만 상업영화를 한 적이 없다"며 "12년 만에 이 영화를 했는데, 호불호는 갈리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줘서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12~13개 작품을 했는데 이번 작품 전후로 필모그래피가 나뉠 것 같다. 이전에는 고정된 이미지를 지키려는 '비포 차인표'였다면 지금부터는 좀 더 자유롭고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애프터 차인표'다"고 강조했다.
2019년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 연출을 맡으며 감독으로서 나선 그는 지난해 작품 창작에 매진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작을 발표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덧붙였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로) 제작이 중단돼 창작을 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어요. 혼자는 버거워서 송일곤 감독과 8개월 동안 2가지의 작품을 공동 집필하고 있어요. 또 작가들과는 다른 작품도 쓰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제작에 나서고 발표를 할 생각이에요. 가족들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을 오락성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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