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의 감성여행] 섬의 보고(寶庫) 신안군, 병풍도, 기점도, 소악도.

2021. 1. 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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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싶은섬' 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

 천여개의 섬들로만 이뤄진 신안군을 '푸른비단 보자기 위에 공깃돌을 뿌린 것 같다'라고 누군가 표현했다.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그동안 내 발길과는 인연을 맺지 못해 설램을 안고 찾아가는 한국판 산티아고, 그 섬들이 ‘바다위에 뿌려놓은 듯한 공깃돌’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병풍도, 소악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진섬, 딴섬등 6개의 섬이 어느때는 한 개의 섬이요, 또 다른 때는 여러개의 섬이 되기도 한다.   

그 섬들 안에도 보기섬, 큰섬, 나리섬, 불무섬, 똥섬등 정겨운 이름의 또 다른 섬들도 있다. 차디찬 겨울 새벽 공기와 함께 용산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들뜬 기분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신안군 지도면 송도항에는 병풍도행 여객선이 하루 5편(07시, 09시, 11시, 14시, 16시30분 송도출발)  운행되고 있다. 바로앞 어판장에는  여름철에는 민어, 병어등이 풍성하나 이 시기에는 새우젓갈이 한창이다. 2,000여개의 드럼통이 어판장을 가득 메우고 경매가 한창이다.
 


  25분여만에 병풍도 끝자락 보기선착장에 도착한다. 병풍도 가는길이 송도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서도 하루 4번(송공항에서 6:50, 9:30 12:50 15:30)출발하는 여객선이 있다. 소악도, 대기점도, 병풍도를 두루 들리며  편도 1시간정도 소요된다. 초겨울의 날씨만큼이나 몇명의 승객들이 오르고 내린 선착장의 잠시 동안 부산함을 제외하면 병풍도가 고요하다. 병풍을 연상시킨 깍아지른 벼랑과 기암절벽은 아마도 섬 뒷켠에 있으리라.

  시골마을 장독대에서 흔희 볼 수 있는 맨드라미로 정원을 꾸며 가을이면 축제도 한다는데 지금은 맨드라미 흔적만 남아 있다. 가을이 되면 40여 품종 200만 본의 꽃이 4만평 공간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꽃, 자주꽃, 노랑꽃, 흰꽃등이 형형색색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겠지.

 


  길가 벽에는 맨드라미 꽃들로, 스레트 지붕은 자주색으로 마을단장이 한창이다. 이곳이 맨드라미 마을이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마을 뒷동산에 조성된 맨드라미 정원엔 띄엄띄엄 설치된 12사도의 하얀 조작상들이 그리스 로마신화의 주인공마냥 유별나다. 기점소악도의 순례자 길과 연계를 고려한듯하다. 바다 위 꽃동산, 병풍도 모습을 올 가을에는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앞선다. 눈앞에는 맨드라미가 아른거리지만 고즈넉한 마을, 폐교된 초등학교는 겨울 섬마을의 쓸쓸함을 더하고 있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포장된 노듯길과 개흙이 얼굴을 내밀고 낙지와 우렁,농개,조개등 갯것들은 숱한 구멍(집)들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부와 새들도 함께 바쁜 시간이다. 1km에 이르는 병풍도 노둣길을 따라 대기점도로 넘어가서 넓다른 뻘밭 끝자락 빨간 지붕들이 다소곳한 마을을 보니 주변 조그만 섬들의 장자(長子)처럼 듬직함이 엿보인다. 

 


  순례자의 섬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딴섬, 진섬 5개의 작은 섬과 병풍도는 물이 빠지면 모두 노둣길로 연결된 하나의 섬이 된다. 순례자의 도시 스페인의 산티아고가 기점/소악도로 옮겨 왔다. 5개의 작은 섬들에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12개의 예배당을 짓고 그 예배당을 연결한 순례자의 길을 만든 것이다. 스페인 산티아고는 30일 이상은 족히 걸어야하는 800Km에 비하면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는 12Km에 불과한 축소판 공간이지만 그 의미만은 손색이 없다.
  개신교 신도가 많은 이곳이 2017년 ‘가고싶은 섬’에 선정되면서 국내외 10여 작가들의 아이디어로 다양한 건축양식의 12사도의 이름을 붙인 이국적이며 아기자기한 예배당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대기점도 선착장 앞엔 산뜻한 등대를 닮은 예수의 첫째 제자 이름을 붙인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이 출발점이다. 수채화가 그려진 단정한 내부는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기실역할을 하고 있다. 외부는 밤에 불을 밝혀 항해사들의 길잡이 구실하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만 같다. 교회역 몸을 숙여야만 칠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은 종은 순례길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세상길을 떠나는 순례자(우리들)에게 사회를 대하는 근본으로 겸손한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
  병풍도 노둣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두 번째 생각하는 집(안드레아)꼭대기와 건물앞 고양이(조각상)가 당당하다. 인구수보다 많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섬, 자연(동물)과 공생하며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삶을 일깨우고 있다.

 


 숲 입구의 그리움의 집(야고보)을 지나 할머니를 그리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생명평화의 집(요한)으로 이어진다. 조그만 하얀 원통건물을 통해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길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개인 듯, 고양이인 듯, 염소같은 예배당앞의 조각상에서 세상의 위치를 일깨우는걸 보니 꼭 불교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기점도로 넘어가는 노듯길 앞의 프랑스풍의 독특한 건물은 행복의 집(필립)이다. 대기점도에는 각기 다른 색깔의 멋스러움과 의미를 담은 5개의 교회들이 있었다. 다시 노둣길 하나를 넘어 소기점도에 들어서면 조그만 호수위에 물위에 꽃 한송이처럼 떠있는 감사의집(바르톨로메로)이 색유리와 스틸로 반짝이고, 게스트하우스 뒤편 언덕위엔 푸른색 문을 가진 인연의 집(토마스)이 보인다.

 


 소기점도엔 순례 길의 유일한 식당이자 10여명(남여 각 8명씩 숙박가능) 정도 숙박할 듯한 게스트하우스가 갯벌을 배경으로 나타난다. 대형 장어를 갈아 만들었다는 보양식 갯장어(하모)탕의 찐한 국물과 처음 접해본 굴(석화)김전은 꼭 한번쯤은 먹어볼 것을 권해볼만하다. 김은 신안이 자랑하는 지주식으로 양식한 곱창김이라는데 맛있다. 바로 옆 카페는 디스크판에서 흘려나오는 음악과 커피향이 옛스러움과 현대미를 결합시켜주고 있었다.

 


 소악도로 넘어가는 노둣길 중간에 갯벌위에 세운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황금 빛 양파지붕의 기쁨의집(마태오)을 지나 소악도 끝자락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소원의집(작은 야고보)을 마주하게 된다. 또 하나의 노둣길을 넘으면 진섬 초입에 칭찬의집(유다 다대오)을 지나면 끝자락 솔섬 해변엔 11번째 사랑의집(시몬)을 만나게 된다. 커다란 조가비 모양을 띠고 바다풍광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어 마음까지 시원함이 전달된다.

 


여기서 5분여 숲길을 걸어가다 보면 물빠진 모래 해변을 넘어 바위섬인듯 작은 딴섬이 있다. 그 바위섬 위에 성당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붉은벽돌과 첨탑이 매력적인 12번째 지혜의 집(가롯유다)이 모습을 들어낸다. 노듯길이 없다. 물이 완전히 ㅡ빠져야 모래길을 걸어 들어갈 수있는곳, 순례길의 끝점에 도달했음을 알리기 위해 꼬여있는 붉은 벽돌 기둥위의 종을 힘차게 친다.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얽히고 설킨 실타레로 감싸있어 꼬여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이 섬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조금이라도 실타레를 풀어냈을까? 아니면 꼬여있음이라도 다시금 확인해보는 그런 시간이었을까를 반문해본다. 
 


  고즈넉한 길. 새하얀 벽과 파란색 둥근 지붕, 바다와 어우러지는 그리스풍, 프랑스풍, 러시아풍, 프로방스풍의 집, 동양적, 한국적, 불교문화가 느껴지는곳, 어떤곳은 성당같기도하고, 원불교당같기도 하다. 10명의 건축가들의 다양한 생각을 담고 있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수많은 느낌과 사유의 공간을 준 12사도의 예배당을 소악, 기점도에서 만났다. 어느곳은 경로당으로, 선착장 대기실로, 휴식처로, 명상의 공간으로, 풍광을 감상하는 곳, 석양을 맞이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삶과 죽음, 해와 달, 동양과 서양이 만나기도 한다. 창들을 통해 별도 보고, 바다도 보고, 이웃도 보고, 경계도 느끼고, 세상과 만나기도 하고 저승을 느끼기도 한다. 12개의 건축미술품은 무엇으로 불러도 좋을 성 싶은 그저 서로 통해 있는 길 위의 아주 작은 열린 공간들이었다.

 성지(聖地)를 찾아가는 순례자가 아니라 억겁의 세월속에 잠시 왔다가는 나그네처럼 살아가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조용히 사색하고 성찰하며 싸묵 싸묵 걸어본다. 
 밝음이 있으면 반드시 어둠도 있어야 하듯, 들숨이 있으면 날숨도 있고 채워지면 비워가는 것이 세상사 이치임을 하나씩 깨달아갈 나이가 되면 이런 길도 걸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썰물이 되어 다섯 개의 섬이 하나로 되는 것은 봤으나 밀물이 되어 노둣길과 갯뻘이 사라지고 한 개의 섬이 다시 여러 개의 섬으로 변하는 모습은 미처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기점소악도 협동조합 사무장님이 전해주는 12교회 하나 하나에 얽힌 의미와 뒷이야기는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또 다른 여행길을 재촉해본다.

  ‘여기서 행복할 것’ 의 줄인 말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그 기분 그대로 다시 여행길을 떠난다.
인생길을...

<글.사진 정용식 여행 칼럼리스트>

re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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