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입 논의, 몇 달간 온라인서 진행"
'팔러' 등 폐쇄적 SNS서 결집
[경향신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결집된 장소이자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모의가 이뤄진 온상이었다. 폐쇄된 방 안에서 메아리(에코)가 밖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방(체임버) 안에서만 크게 울려 퍼지듯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폐쇄적인 커뮤니티에 갇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에코 체임버’ 속에서 국회 난입을 준비하고 있었다.르네 디레스타 스탠퍼드인터넷연구소 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선거 부정행위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빼앗겼다’는 주장이 돌던 폐쇄적인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이번 난입 사태를 벌였다”며 “이 사태는 온라인상의 에코 체임버 효과가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이들이 이미 몇달 전부터 SNS상에서 의사당 난입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선거 관련 가짜뉴스를 공유했다.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판사, 국회의원, 정치인들의 집주소가 공유되기도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게시물에 경고문을 붙이고 그룹을 폐쇄하자, 이들은 새로운 ‘에코 체임버’가 될 SNS ‘팔러’(Parler)와 ‘갭’(Gab)으로 몰려갔다. 두 소셜미디어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극우 성향의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팔러와 갭은 이번 난입 사태의 작전기지가 됐다. 팔러에는 이날 ‘반역자인 마이크 펜스를 체포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이 올라올 당시 펜스 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의사당 안에 있었다. 두 SNS에서는 경찰을 피해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는 방법 등이 논의됐고, 난입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도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극우 지지자들의 행태에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의 초기 투자자인 크리스 새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CEO에게 “당신들은 4년 동안 이 공포를 합리화했다”며 “(이번 사태는) 당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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