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뻔히 알면서 '폭설 수수료'..라이더들 "주문접수 멈춰라"

선담은 2021. 1.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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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부터 전국에 내린 폭설을 맞으며 음식배달에 나섰다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됐던 라이더들이 주문중개 플랫폼 업체 등에 "폭설 때 음식 주문접수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업체별로 배달기사의 안전보호 대책이 다른 만큼 사업자들이 서비스 중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해줄 것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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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m에 40분, 미끄러진 차에 치일 뻔
사고 날 것 알면서 수수료 올려서 접수"
배민 일부중단, 부릉·바로고 지사장 재량
당장 벌어야 사는 라이더, 일할 수밖에
사고 나면 병원비, 경제적 악순환 계속
"서비스 중단 판단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6일 수도권 등에 내린 폭설 속에 음식배달에 나섰던 배달기사들이 눈에 뒤덮인 모습. 라이더유니온 제공

6일 저녁부터 전국에 내린 폭설을 맞으며 음식배달에 나섰다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됐던 라이더들이 주문중개 플랫폼 업체 등에 “폭설 때 음식 주문접수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업체별로 배달기사의 안전보호 대책이 다른 만큼 사업자들이 서비스 중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해줄 것도 요구했다.

라이더유니온은 7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생계가 어려운 배달 노동자일수록 폭설 같은 사고위험이 높은 날씨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이를 막을 수 있는 기준과 근거를 마련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음식 배달대행 서비스 플랫폼 가운데 ‘쿠팡이츠’가 서울 전지역 서비스를 중단했고, ‘배달의민족’은 거리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일부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배달기사들과 직접 위탁계약을 맺지 않는 ‘부릉’·‘바로고’·‘생각대로’ 등 일반 배달대행업체들은 지사장(사업주)의 판단에 따라 배달 여부가 달랐다.

라이더들은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중단 없이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배달 일을 하는 6년차 배달기사 이병환(45)씨는 “전날 800m 떨어진 곳에 배달을 가는 데 40분이 걸렸는데, 눈길에 미끄러진 뒤쪽 차량에 치일 뻔했고 골목길에서도 두 차례 미끄러졌다”며 “오늘도 강남 도로 상황을 보면 도저히 배달할 수 없는 상황인데, 교통사고가 날 걸 알면서도 프로모션(할증 수수료)을 올려줄 테니 배달을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플랫폼 기업들이 (고객의) 주문접수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기사들은 업무용 앱에서 폭설을 이유로 배달 콜을 거부하거나 취소할 경우 자신의 평점이 낮아져 일감 배당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우려했다. 경력 1년5개월의 쿠팡이츠 라이더 위대한(29)씨는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기사에 대한 평점이 존재하는데, 콜을 거절하면 이유와 관계없이 점수가 낮아진다”며 “폭설로 콜을 거부한 기사들은 평점 하락을 감수하고 취소한 것인데, 사고 위험이 높은 날씨의 경우 사정을 고려해 평점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력이 오래된 배달기사보다 초보일수록,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일수록 폭설 때 무리하게 일을 하다 사고를 겪는 일이 많은 만큼 ‘업무 중단’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많은 이들이 ‘프리랜서 신분인 배달기사가 돈을 많이 벌려고 폭설 때 일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수수료가 올라도 사고가 나면 더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아는 베테랑 기사들은 폭설이 오면 (일하는 대신) 그냥 집에 간다”며 “오히려 초보자들이 프로모션이 높게 오른 것을 보고 끝까지 배달하다가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그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위험을 알면서 일할 수밖에 없고, 사고가 났을 땐 병원비가 더 나와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배달기사들은 정부가 폭설 등 겨울철 기상문제에 대응해 플랫폼 노동자 안전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주문 자체를 막지 않으면, 누군가는 위험한 배달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밖에 없는 만큼 주문중개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는 기준 등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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