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학대 예측은 '정인이 사건' 막을 수 있었을까
'즉시 분리'한다지만 아동쉼터 부족, 갈 곳 없어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0년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을 통해 학대 의심 사례로 분류된 아동은 17만4,078명에 이르렀다. 그 중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되는 17만2,715명(82%)에 대해 현장 조사가 진행됐으나 경찰이나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개입이 이뤄진 경우는 96명(0.07%)뿐이었다.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은 아동의 진료 정보나 어린이집·학교 출결 현황, 학부모 부채 정보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대 위험 가구를 예측하고 각 읍·면·동으로 해당 사례를 자동 통지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현장 조사에서 학대 부모가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주변 탐문에서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하면 학대 신고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정인 양의 몸에서 발견된 멍 자국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양부모는 ‘몽고반점과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오해한 것’이라 주장해 그대로 사건이 종결됐다. 아동·청소년 범죄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온 김예원 변호사는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으로 학대 징후를 발견해 몇 번이나 현장 조사를 가도 (가해가 의심되는 쪽에서는)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애가 죽어야 ‘학대였구나’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72시간 이내 아동을 보호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학대 조사를 수행하고, 사례를 판단하고, 다시 아동을 데려오고 장기시설을 알아보는 업무 매뉴얼도 벅찬데 시설도 부족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청원인은 아동학대 쉼터를 즉시 확대하거나 불가능할 경우 그룹홈 등 시설에서 일시 보호하는 등의 정책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에 따른 예산지원 및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아동학대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약 285억원으로 보건복지부 총 예산인 82조5,269억원 대비 0.03% 수준에 그쳤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에 따르면 보육을 제외한 한국의 아동·가족 복지 지출은 지난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0.2%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세종=박효정·조양준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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