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이수정] 교정시설 감염, 살 길은?

한겨레 2021. 1. 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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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지난 19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정 ㅣ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교정시설을 생각하면 언제나 이미지보다는 냄새가 기억난다. 매캐한 특유의 냄새. 사람 냄새와 음식 냄새, 그리고 배설물 냄새에다가 강력한 소독약을 뒤섞은 듯한 냄새. 눈으로는 깨끗해 보이더라도 수십년간 켜켜이 쌓여 있을 것만 같은 그 어떤 물질들의 공기 속 흔적들이 코끝에 아른거린다. 혹자는 피 냄새 같다고도 하지만 내겐 땀과 눈물 냄새같이 느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환기는 어찌나 안 되는지 여름에는 구석구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하고 겨울엔 사방이 고드름이다. 한번은 수용시설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길, 교도소 마당에서 발견한 석류나무에 열린 빨간 석류가 얼마나 해방감을 주던지…. 유달리 풍광이 아름다운 옛날 청송감호소, 지금의 경북북부제2교도소에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된 수용자들이 이송되어 격리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을 교도소에서 만나왔다. 판결 전 단계에서 만났던 극소수 강력범죄자들은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불안정하며 위험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미결수는 나와 하나도 다름없는 자식이자 부모였다. 밖에 있는 가족 걱정과 불투명한 미래로 조바심 나 하는 인간의 약한 모습은 우리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도 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바로 형이 확정되고도 한 이삼년 지난 그 어느 때 정도인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것이 가련한 구석이 있어서 누구든 영어의 몸이 되면 간혹은 안쓰럽기도 가끔은 취약해지기도 한다. 아마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이 가장 위축되는 바로 그 순간이 교정교화의 시작 지점일 것이다.

구구절절 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느냐? 바로 수용시설 내 코로나 사태 때문이다.

이미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가 폭발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열악한 시설 구조, 환기라고는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 거기다 최근 중형 선고로 넘치는 수용자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서로 감기 한번 안 걸리고 겨울을 날 수 있으리라 상상한다면 그건 너무도 비현실적인 거 아닌가? 어려움은 이미 지난해 9월 출범한 교정개혁위원회에서 예견된 바 있었다. 장관이 주재하였던 회의에서 여러명의 외부 위원들은 교정시설의 과밀 문제를 지적하였다. 한명의 수용자라도 확진된다면 감염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 뻔한 일이었던바, 과밀수용의 문제는 겨울이 오기 전 일찍부터 해결했어야 했다. 법무부는 형의 선고를 담당하는 법원에도, 노역장 유치 등을 결정하는 검찰에도 협력을 구해야 했으며 교정본부는 가석방을 활성화하여 형기 만료 전 좀 더 많은 수형자들을 출소시켜야만 했다. 또한 의료진 확보에도 절실히 노력했어야 했다. 외국의 선례에서 보듯 코로나19로 인한 교정시설 내 문제는 충분히 난동 등 위기적 상황으로까지 전개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까?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교정시설이란 계호의 필요성을 배제하고는 정답을 찾기 쉽지 않다. 외부 의료기관 진료를 위해서도 세명 정도의 교도관이 따라 나가야 하는 현실이라면 민간기관으로의 이송도 선택지가 아니다. 결국은 교정시설로 의료장비와 다수의 의료인을 파견해야 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일 수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 감염에 더하여 범죄자들에 의한 폭력 피해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정시설 진료를 자원하는 의료인이 있을 것인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가지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하여 보는바, 바로 군의관 활용이다. 복잡한 연유 때문에 작년 의사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다수 인력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이 중에는 아직 군복무를 완료하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인데, 이들에게 의무복무 기간 단축을 조건으로 하여 교정시설 근무를 자원하도록 독려하는 방법이 있겠다. 물론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있다. 하지만 수용자들도 귀한 생명임을 고려해본다면 이렇게 해서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신속 대처만이 모두를 안전하게 할 길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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