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강림' 유쾌한 탈선은 없다, 미성년자 술 구매 에피소드의 불편함[TV와치]

서유나 2021. 1. 7. 14: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성년자가 대학생처럼 화장을 덧바르고 편의점에서 술 구매를 시도한다.

유쾌한 유머 코드로 소비됐지만, 극중 배우가 아닌 평범한 10대의 얼굴을 대입한다면 이는 명백한 탈선이다.

1월 6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연출 김상협, 극본 이시은) 7회에서는 미성년자 신분으로 편의점에서 술 구매를 시도하는 임주경(문가영 분), 강수진(박유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서유나 기자]

미성년자가 대학생처럼 화장을 덧바르고 편의점에서 술 구매를 시도한다. 유쾌한 유머 코드로 소비됐지만, 극중 배우가 아닌 평범한 10대의 얼굴을 대입한다면 이는 명백한 탈선이다. 1020이 주 시청층인만큼 장면 하나하나에 더 예민하고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1월 6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연출 김상협, 극본 이시은) 7회에서는 미성년자 신분으로 편의점에서 술 구매를 시도하는 임주경(문가영 분), 강수진(박유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의 술 구매 이유는 별것 없었다. 18살 나이 지금껏 술 한 방울 입에 대본 적 없다는 임주경에게 술맛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에 이들은 편의점 옆에 숨어 마치 대학생처럼 화장을 하고, 이후 편의점에 들어가 교수님, 월요일 공강, 과대 오빠 등을 키워드로 이야기 나누며 각자 맥주 한 캔씩 구매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편의점 직원에게 고등학생 신분을 들켰다. 대학 이름, 과를 묻던 직원이 변칙적으로 "영문과 담탱이 이름은?"이라고 묻자 홀랑 넘어간 임주경이 "한준우(오의식 분)"이라며 담임 선생님 이름을 댄 것. 결국 두 사람은 원래 원하던 맥주 대신 탄산음료 한 캔씩을 사 편의점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은 마치 인터넷 유머를 가져다 쓴 듯 웃음 코드로 소비됐다. 직원의 변칙 질문에 별 의심 없이 담임 선생님의 이름을 읊는 임주경의 모습이 지나치게 순진해 보였기 때문.

그러나 이런 콩트 같은 한 장면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썩 유쾌하지 않았다. 미성년자의 음주 구매 시도가 이렇게 가볍게 다뤄져도 되는 일일까. 아니, 다 떠나서 극을 이끌어 가는데 큰 의미도 없는 이 장면이, 썩 도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화면에 노출되었어야 했는가?

물론 성인이 하는 건 뭐든 따라 해 보고 싶은 10대의 감성을 드라마에 녹여내는 것도 공감대 형성이라는 면에선 좋다. 이미 다양한 드라마에서도 한 번씩 다뤄진 장면이기도 하다. 당장 몇 가지 예를 들어도 지난해 8월 종영한 '편의점 샛별이' 2회에서 고등학생(이준영 분)이 대학생 과잠을 훔쳐입고 담배를 사가는 에피소드가 나왔고, '펜트하우스' 16회에선 엇나가는 배로나(김현수 분)이 편의점에서 술을 사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이 장면들의 '여신강림'과의 차이점은 미성년자의 탈선이 '유머'와 '귀여움'이 아닌 비판받아 마땅할 '잘못'으로 그려졌다는 것. 이에 시청자들은 같은 장면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불편함 없이 이 드라마들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유쾌하고 용인될 만한 탈선은 없다는 것, 이 극을 10대 공감의 장이자 유머러스하게 끌고 가려 노력하는 제작진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일 듯하다. 제발 미디어만큼은 10대의 탈선을 유쾌하기 그리지 않기를. 아무리 세상이 자꾸만 10대와 성인의 선을 뭉그러뜨린다 해도 다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미디어만큼은 예민하고 조심해야 한다. (사진=tvN '여신강림'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