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아, 엄살 피우고 싶다..연극 '올모스트 메인'

이재훈 2021. 1. 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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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떠는 연인이 더 애달프다.

극단 소년의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사랑의 '엄살 기록'이다.

9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연극인 '올모스트 메인'에서 사랑이 이뤄지거나 아파할 때, 밤하늘에서는 오로라가 반짝인다.

귀여운 투정이든, 마음 한켠에 쌓인 아쉬움이든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엄살'을 부리는 이유는 더 사랑받고 싶어서, 더 사랑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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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 소속 극단 소년 작품
2월7일까지 대학로 TOM 2관
[서울=뉴시스] 연극 '올모스트 메인'. 2021.01.07. (사진 = 극단 소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엄살떠는 연인이 더 애달프다. 극단 소년의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사랑의 '엄살 기록'이다.

미국 동북부 끝자락에 있는 메인 주(州) 내 가상의 지역 '올모스트' 겨울이 배경. 황량하지만, 하늘이 높고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9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연극인 '올모스트 메인'에서 사랑이 이뤄지거나 아파할 때, 밤하늘에서는 오로라가 반짝인다.

막 사랑을 시작할 것 같은 '피트'와 '지네트'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서로 사랑을 확인해 가장 가까워지려는 찰나, 피트는 우리가 가장 멀리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지네트에게 농담을 건넨다.

지구가 동그라니까, 서로를 바라보는 방향 반대편으로 원을 그리면 그럴 수 있다는 얘기. 지네트는 화난 듯 그 반대편으로 떠나버리고 피트는 지켜보기만 한다.

또 남편에게 버림받고 심장이 19조각으로 부서져버린 '글로리'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이스트', 옛 연인과 헤어지고 잘못 새긴 문신의 글자와 같은 이름의 여성을 만난 '지미',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스티브'와 세탁실에서 다리미 판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치는 삶이 공허한 '마발린'….

[서울=뉴시스] 연극 '올모스트 메인'. 2021.01.07. (사진 = 극단 소년 제공) photo@newsis.com

그렇게 사랑은 멸망했다가 부활하고, 사람을 신경질적으로 만들었다가 감미롭게도 만든다.

지금껏 받은 사랑을 다 돌려주겠다며 무작정 찾아온 '게일'과 머뭇거리는 '렌달'의 이야기는 오래된 연인 사이에 켜켜이 쌓인 사랑과 조심스런 감정을 보여준다.

시골 마을의 둘 도 없는 친구 사이인 '랜디'와 '채드'의 사랑 또는 우정, 결혼기념일에 스케이트를 타러 온 부부의 계속 막히는 대화, 옛 연인 '맨'을 만나기 위해 한밤중 먼 길을 달려왔지만 환희로 귀결되지 않는 '우먼', 오랜 시간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내온 '론다'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하며 마음을 전하는 '데이브'의 이야기는 '사랑의 소통'을 때로는 가엾게, 때로는 감미롭게 휘젓는다.

귀여운 투정이든, 마음 한켠에 쌓인 아쉬움이든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엄살'을 부리는 이유는 더 사랑받고 싶어서, 더 사랑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올모스트 메인'을 보고나면 사랑하고 싶어진다. 젊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인물들이 사랑에 웃고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성의 완성도를 따지기보다 그냥 사랑에 전염이 된다.

[서울=뉴시스] 연극 '올모스트 메인'. 2021.01.07. (사진 = 극단 소년 제공) photo@newsis.com

마지막 장면도 앞서 언급한 첫 에피소드가 장식한다. 피트를 떠난 지네트가 지구 한바퀴(?)를 돌아 그 앞에 나타나 가장 먼 거리를 가장 가까운 거리로 단축시켰을 때, 기적 같은 사랑이 명멸한다. 누군가의 체온이 그리워지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그래서 더 어울리는 연극이다.

'올모스트 메인'은 2004년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초연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여러 극단이 다양한 형식으로 선보여 왔다. 극단 차이무가 한국 식으로 번안한 '그 때, 별이 쏟아지다'와 원작을 올렸고,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도 원작대로 공연했다.

극단 소년 버전은 더 젊다. 그룹 '블락비' 멤버이자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피오로 유명한 배우 표지훈이 속한 극단으로, 20대 후반들이 주축이다. 이전 버전들보다 꽁냥꽁냥 더 정답다.

극단 소년은 표지훈의 유명세로 손쉽게 연극을 올리는 집단이 아니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출신들이 지난 2015년 십시일반 모은 종잣돈으로 창단한 이후 2016년 '슈퍼맨닷컴'과 2017년 '마니토즈', 2019년 '소년, 천국에 가다' 등을 대학로에 꾸준히 올려왔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역 지침을 지켜 두 칸 띄어앉기를 적용한다. 이치민 연출로, 표지훈을 비롯해 이한솔, 강은일, 이준현, 조가은, 문수아, 방유인, 하유원 등이 출연한다. 오는 2월7일까지 대학로 TOM 2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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