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털고선 버젓이 순찰' 직업윤리마저 저버린 광주경찰

변재훈 2021. 1. 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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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경찰 소속 경위, 범행 뒤에도 태연히 근무..20일만에 검거
"국민 볼 낯 없다" "수사권 조정 앞두고 악재" 조직 내 '뒤숭숭'
"민중의 지팡이가 영세상인 후려친 격" 시민여론도 '부글부글'
[광주=뉴시스] 광주지방경찰청에서 광주경찰청으로 명칭 변경. (사진 = 광주경찰청 제공)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에서 현직 간부 경찰관이 새벽을 틈타 금은방 유리창을 깨고 침입,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뒤 20일 만에 검거돼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경찰관이 최소한의 직업 윤리마저 저버린 것이어서 경찰 조직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7일 금은방에 침입해 수 천만원대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로 서부경찰 모 지구대 소속 A경위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경위는 지난달 18일 오전 4시께 광주 남구 월산동 모 금은방에 공구로 유리창을 깨고 침입, 금반지·진주목걸이 등 2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조사 결과 A경위는 수천만원대 빚을 갚고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주도면밀한 도주 행각에 검거에 애를 먹는 사이, A경위는 소속 관서에 출근해 버젓이 관내 치안 순찰 등 업무까지 본 것으로 전해졌다.

A경위는 지역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전날 오후 10시48분께 검거됐다. 범행 20일 만이었다.

A경위는 '개인적인 부채가 많아 저지른 일이다'며 혐의를 시인했고, 경찰은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경찰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한 경찰관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의 신뢰가 근본부터 무너졌다. 조직 내부에서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민원인 볼 낯이 없다'며 뒤숭숭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경위의 동료는 "뜻밖의 일이라서 황망하다. 입이 열 개라도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일선 경찰서 모 형사는 "기강 해이 문제가 아니다. 직업 윤리를 망각하고 일말의 양심마저 저버린 천인공노할 행태다"라고 격분했다.

더욱이 국가·자치경찰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크나큰 악재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사권 조정에 맞춰 신설된 부서에서 일하는 한 경찰관은 "가장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난처하고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 뿐이다"며 "그동안 경찰 조직 비대화·권력화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만큼, 이번 일로 국민 여론이 더 악화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시민 오모(39)씨는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되물으며 "조직 기강은 물론이고, 경찰관 개개인의 윤리 의식부터 다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절도 피해를 입은 금은방의 인근에 사는 배모(27·여)씨는 "흔히 불리우는 '민중의 지팡이'가 영세 상인의 등을 후려친 격이다. 국민과 사회에 봉사해야 할 경찰관이 중범죄를 저지르다니 뻔뻔하다"고 성토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올해는 경찰 조직의 위상·권한이 높아지는 중요한 시점이다. 국민 신뢰를 전제로 경찰에 힘을 싣는 제도가 마련됐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직원에 대해 자체 관리를 한다"며 "A경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재발 방지를 위해 '문제적 경찰관'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광주경찰은 직원들의 범법 행위가 잇따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동부경찰 형사과 소속 B경위는 지난해 5월에는 절도사건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수뢰후부정처사)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후 최고 징계 수위인 '파면' 처리됐다.

광산경찰서 소속 또다른 경위는 전임지인 전남 모 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부정한 금전 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

전임 광산경찰서장(경무관)은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술자리에서 여종업원을 강제추행한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음주운전도 끊이지 않았다.

북부경찰 소속 경위급 직원이 관할지 내 음주 단속 현장에서 2차례 도주해 다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한 해동안 음주 교통사고를 내거나 단속에 적발된 광주 경찰관은 3명에 이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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