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주범' 지목 아마존, 美 저가주택 공급에 2조원 푼다

이슬기 기자 2021. 1. 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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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확장으로 집값 상승' 비판 받아와
시애틀·알링턴·내쉬빌에 20억달러 지원
보수·신축 외 저금리로 대출 지원키로
"지역 사회에 긍정적 영향 입증하겠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도심의 '부담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프로젝트에 20억달러(약 2조173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마존의 사업 확장이 해당 지역 집값 상승을 촉발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자사 고용 인력이 집중된 3개 도시에 소득 중·하위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주택 건설에 일조해 이러한 비판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AP연합뉴스

6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날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州) 시애틀과 버지니아주 알링턴, 테네시주 내쉬빌에 향후 5년 간 주택 건설과 보존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저금리 대출 등을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 주택을 최소 2만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아마존 지역사회 개발 책임자인 캐서린 부엘은 "이번 투자의 대부분은 저소득 가정을 위해 부담가능한 주택을 보존하거나 건설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보조금 뿐 아니라 시장 수준보다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아마존의 성장이 우리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아마존은 현재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에만 7만5000여명의 노동자를 두고 있다. 제2본사와 운영센터가 들어서는 알링턴과 내쉬빌의 인력도 각각 1000여명이 넘는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알링턴과 내쉬빌 직원 수를 적어도 5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지원금의 60% 이상은 알링턴에 건설 중인 제2본사 인근에 주택 1300가구를 짓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그 외 시애틀 외곽에 아파트 1000가구를 보수하고, 내쉬빌에도 5년 안에 2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개보수하거나 신축하기로 했다.

WSJ은 아마존을 비롯한 기술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구 유입을 촉발해 주택 가격 상승으로 직결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자금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6년에도 노숙인 여성 등을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했지만 '집값 상승 주범'이라는 비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실제 구글·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유사한 프로젝트에 거액을 내놓은 바 있다. 고연봉 인력의 유입으로 서부 해안지역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급등한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조치였다.

구글은 2019년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10억달러를 투입했고, 2017년에는 실리콘밸리에 조립식 주택 300채를 마련했었다. MS도 본사가 있는 시애틀 지역에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개발업자들에게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저금리 융자를 제공했다. 애플과 페이스북 역시 주택공급 확대 명목으로 각각 25억달러, 11억5000만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의 이번 투자가 '주택시장의 대혼란' 속에 나왔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사상 최저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매매 수요가 늘어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했다"며 "반대로 워싱턴DC와 시애틀 등 값비싼 도심 아파트는 외면을 받아 오히려 월세는 하락했지만, 그조차도 저소득층이 내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기업의 투자로 주택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책 변화와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허버트 하버드대 공동주택연구센터장은 WSJ에 "코로나19 사태로 수백만 임차인이 퇴거 위기에 처했다"며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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