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한채 뚝딱"..'신속 공급' 정책에 탄력받는 '모듈러 주택'

최상현 기자 2021. 1. 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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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속한 주택 공급’을 중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공사 기간이 짧은 모듈러(modular) 공공주택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용인영덕 중고층 모듈러 공공주택 실증사업 조감도(안). /경기주택도시공사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오는 14일 최고 13층 높이의 모듈러 주택인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에 대한 민간참여 사업자를 공모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금강공업 컨소시엄과 한신공영, 신동아종합건설이 이 사업에 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13층 이상의 중고층 모듈러 주택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듈러 공법은 문, 벽, 창틀 등으로 구성된 건물 모듈을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는 이를 레고처럼 조립해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완공까지 1~2년 가량 걸리는 기존 공법에 비해 공사 기간이 3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되고, 그에 따라 비용도 절감된다. 또 좁은 부지에서도 시공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빠르게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모듈러 공법은 기숙사와 병원, 호텔, 현장사무소 등을 건설하는데 주로 활용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4월 서울대병원 문경치료센터 음압병동을 이 방식으로 건립해 기부하기도 했다. 호텔과 아파트와 같이 반복적인 구조를 가진 건물도 모듈화 공법을 적용했을 때 비용과 시간이 크게 절감된다.

변 장관도 지난 12월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모듈러 주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주택도시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발주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모듈러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방안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고층으로 갈수록 내화·방수·하중구조 등의 안전 요소에서 건축 기준을 맞추기가 까다로워 그동안 국내에 건설된 모듈러 주택은 모두 6층 이하의 저층으로만 지어졌다. 배규웅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박사는 "건축법 상 12층(50m)을 초과하는 주거시설의 보·기둥은 1100도(℃) 열기를 3시간 이상 견뎌야 한다"면서 "보·기둥이 통짜 강철로 이뤄진 모듈러 주택의 특성 때문에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이 최근에야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모듈러 주택은 일반 주택에 비해 누수가 심하고, 단열과 방풍 성능도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모듈을 이어붙여 건물을 구성하는 공법 특성상 주로 접합부 작업이 완벽하지 않아 나타나는 문제였다. 배 박사는 "과거에 제기됐던 모듈러 주택의 품질 문제도 보완 공법을 개발해 거의 대부분 해결했다"고 했다.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은 높아진 층고에 힘입어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형태로 지어질 전망이다. 지하 2층~지상 2층까지는 주차장과 편의시설 등이 채워지고, 3층부터 최고 15층까지는 한 층당 약 10개 주택 모듈을 조립해 총 110가구를 만든다. 기존 모듈러 공공 주택의 모습은 대부분 원룸이나 빌라 건물에 가까웠다.

SH도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인 서울 중랑구 ‘신내4 컴팩트시티’에 최고 15층 높이의 모듈러 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SH 관계자는 "행복주택 약 990가구 가운데 500가구 정도를 모듈러 주택으로 공급할 것"이라면서 "총 15층 건물에서 1~5층은 일반 공법으로, 6~15층은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개 지구에서 총 708 가구 규모의 모듈러 공공주택을 추진했던 LH는 올해에도 모듈러 주택 사업에 활발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LH 관계자는 "정확한 공급 계획은 3월초에 확정될 예정이지만, 추세로 봤을 때 올해 모듈러 주택 사업 규모는 더 확대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은 공급 확대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듈러 아파트’가 상용화되면 적재적소에 주택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면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안전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득해도 ‘조립식이라 무너질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데, 이는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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