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상대를 한 번 비판했다면 칭찬은 네 번 이상 하라
존 티어니·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인간의 뇌, 부정적 표현에 더 민감
나쁜 것 한 개 사라지게 하려면
좋은 것 네 개 이상 접해야 상쇄
직장 내 '썩은 사과'·악플 대응 중요
미디어서도 '두려움 장사꾼' 경계를
과학 저널리스트 존 티어니와 사회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신간 ‘부정성 편향’에서 인간이 이처럼 부정적 소식에 더 많이 반응하는 심리를 설명한다. 이들은 우리의 뇌가 생존을 위해 부정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책은 인간이 행복한 얼굴보다는 슬프거나 화난 얼굴에, 좋은 정보보다는 나쁜 정보에, 긍정적 단어보다 부정적 단어에 자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는 뇌 발달 연구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저자는 부정성 효과의 힘에 대해 “나쁜 것 한 개가 사라지려면 의식적으로 네 개 이상의 좋은 것을 접해야 할 정도”라며 이를 ‘4의 법칙’으로 표현한다. 부정성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은 직관보다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판단이다. 부정성에 잘 반응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직관에 의존하다가 가족이나 조직이 불화에 휩싸이고 구직자들이 면접을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
부정성 편향에 휘둘리지 않는 자세는 때로 높은 성과를 가져다 주곤 한다. 한 미식축구 팀의 예를 보자. 미식축구에서는 네 번 안에 공을 들고 10야드 이상 전진해야 공격권을 유지하는데, 세 번 진행 후 공격권을 유지할 자신이 없을 땐 킥을 통해 공을 멀리 차버리거나 3점짜리 필드골을 노린다. 그런데 한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은 킥 금지 규칙을 만들어서 필드 어디에 있든 무조건 전진하도록 했다. 실패를 겁내기보다 긍정의 가능성을 중시한 것이다. 이 팀은 주 챔피언십에서 7회 우승했고 규칙을 만든 감독은 올해의 미식축구 감독상을 탔다.
부정성에 대한 편향을 줄이려다가 맹목적인 긍정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들만 하다. 저자들은 부정성에 휩쓸리지 않되 그 힘을 잘 쓸 것을 당부한다. 이를 위해선 건설적 비판, 확실한 보상·처벌 체계가 필요하다. 비판에 앞서 먼저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보고, 비판 뒤에는 칭찬을 동반하거나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이야기를 돌려야 한다. 책은 뉴욕 공립학교와 식품회사 프리토레이가 각각 보상과 처벌의 체계를 확실히 구축해 직원과 학생들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킨 사례를 통해 부정성의 힘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여전히 긍정의 힘을 믿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런 독자들에게 책은 “미래는 당신이 들은 것만큼 암울하지 않다”며 긍정성이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말라고 곳곳에서 당부한다. 물론 우리가 부정적 소식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나쁜 일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성범죄와 기후 변화, 소득 불평등 등의 문제는 단순한 두려움 장사꾼들의 확대 해석이라 넘어가기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세상의 긍정과 부정을 판단하고 균형감각을 키운 ‘합리적 개인’이 희망이라고 이 책은 말하는 듯하다. 2만1,0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끝모를 규제 역효과…노원서 15억원 첫 실거래 나왔다
- '사라진 145억' 제주 카지노 미스터리…280㎏ 현금을 여성이 옮겼다고?
- 애플카에 현대차 기술 담길까...애플-현대차 협업 추진
- 테슬라 주가폭등에 머스크, 베이조스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등극
- 복지급여 신청한 조두순...승인되면 월 최대 120만원
- 국내 최대 마약공급책 '바티칸 킹덤' 구속…황하나 지인도 연루?
- 헬스장 이용자 99%가 성인인데…“19세 미만 강습만 허용”
- '정인이' 이어 '원주 3남매 사건'도 주목…항소심서 뒤집힐까
- 폭설에 등장한 '도심 속 스키'...형사 처벌 대상?
- '콩고 왕자' 라비, 조건만남 사기에 동생 조나단까지 불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