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트럼프 탄핵론'..공화당·재계도 등 돌렸다

이혜영 기자 2021. 1. 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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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펜스 부통령에 수정헌법25조 발동 압박
공화당·재계도 비난.."폭력사태, 트럼프가 조장"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2020년 대선 결과 인증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 전 지지 연설에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로이터·연합

미국 정치권이 민주주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된 의회 폭동 사태로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에서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폭력 사태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며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의회 난동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퇴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6일(현지 시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제25조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에서 끌어내리라"고 압박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및 승계 문제를 규정한 조항이다. 민주당이 퇴임 2주를 앞둔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지지자들을 자극해 왔고, 그 결과로 이같은 의사당 점거 및 초유의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테드 리우(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친애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께. 당신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 트럼프는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하원의원도 트윗을 통해 "트럼프는 의회가 재소집되는 대로 하원에 의해 당장 탄핵당해야 하며, 상원에 의해 직에서 끌어내려져야 한다"며 "이는 위험하며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시실린(로드아일랜드) 하원의원도 "이는 너무도 충격적인 일로서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대통령이 이를 초래했다"며 "우리는 내일 당장 그를 탄핵하고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니퍼 웩스턴(민주당·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시위대를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이들을 조장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시위대를 멈추게 할 수 있었는데도 오히려 이들을 광분상태로 몰아넣어 의회를 공격하도록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내각은 그를 오늘 끌어내거나 아니면 하원이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가 의회에 진격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평화시위를 당부하며 시위대의 귀가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회 행진에 앞서 수천 명 앞에서 공개 연설을 통해 '불복 의사'를 천명하는 등 사실상 시위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내 상원 본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의회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를 거둔 11·3 대선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 난입으로 상·하원 합동회의는 1시간 만에 전격 중단됐다. ⓒ AP·연합

초유의 사태에 공화당도 "용납 못해"

공화당과 '친(親)트럼프' 진영 인사들도 일제히 폭력 시위를 규탄했다. 친트럼프 성향 마이크 갤러거(위스콘신) 하원의원은 CNN방송에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가리켜 "미쳤다"고 말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갤러거 의원은 "내가 2007년과 2008년 이라크에 파병됐을 때 이후로 이런 장면은 본 적이 없다"며 "중국 공산당이 편안히 앉아 웃고 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의회 난입 사태가 발생하자 바이든 당선인의 인증에 반대해 온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입장을 바꿔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브라운(인디애나) 상원의원은 "이전에 어떤 점을 지적했든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라며 난입 사태가 "상황을 크게 바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압박 속에 난감한 입장이 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를 넘겨 상·하원 합동회의를 재개하며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은 이기지 못했다. 폭력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펜스 부통령이 사태를 일시적으로 봉합하긴 했지만, 민주당과 각계가 요구한 수정헌법 25조를 실제로 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거스르고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해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데 분노를 표하며 트위터에 "마이크 펜스는 우리의 나라와 우리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행해져야 했을 일을 할 용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적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이 '사기치고 부정확한 선거인단 대신 수정된 선거인단을 인증할 기회를 각 주(州)에 부여하는 일'을 방기했다고 부연하면서 "미국은 진실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윗은 '규정 위반'을 이유로 트위터에 의해 삭제 조치됐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거듭되자 미 재계도 트럼프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화이자 등 대기업이 소속한 미국제조업협회(NAM) 제이 티몬스 회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선동했다"며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다면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권한 대행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재개된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합동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으로 6시간 동안 중단됐다. 펜스 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폭력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뒤 회의 재개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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