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독서산책] 새해 맞이는 책과 함께!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희망찬 1월. 올해는 좀 더 많은 책을 읽으리라 다짐한 여러분들에게 7권의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1. [청소년] 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 | 김혜진, 서유재
“집에 가는 길을 찾고 있어.” 모는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고개 돌려 바라보았다. “별로 길 잃은 것 같지는 않네.”
그림에 구상화와 추상화가 있듯이, 이야기에도 줄거리가 선명한 것과 흐릿한 것이 있다. 선이 굵고 변화무쌍해야 이야기답다고 여길지 모르나, 그런 이야기도 인물의 행위 동기나 사건의 인과관계는 한가지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사물은 생각보다 분명하지 않으므로, 반대로 줄거리선을 지우고 인과관계에 빈틈을 만들어놓은 이야기가 보다 사실적일 수도 있다. 이야기의 근대화는 바로 그러한 경향이 확산되는 과정이다. 그런데도 소설, 특히 청소년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 가운데 하나는, ‘전개가 분명 하며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전근대적인 생각을 거부한다. 고등학생 주인공은 집으로 가는 길을 계속 바꾸고 다시 찾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지병에 시달리는 언니의 병명은 아예 밝혀지지 않으며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도 상상에 맡겨져 있다. 하지만 사춘기에 ‘집으로 가는 길을 일부러 잃은’ 적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갈래의 관습을 혁신한, ‘모던한’ 청소년 소설이다.
_최시한,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작가
2. [문학] 라이팅 픽션 | 재닛 버로웨이 저/ 문지혁 역,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시작 앞에서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좌우명을 적어두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냥 써라.’ 어쩌면 당신은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써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분들로부터 글쓰기 교재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마다, 꼭 한 권을 콕 집어 추천하기 어려워 망설이곤 했다. 이 세상엔 좋은 글쓰기 책들이 너무 많으니까, 한 권을 고르기는 어려웠다.『라이팅 픽션』을 읽으며, ‘이제는 이 책부터 추천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왜 내가 이 책을 지금에야 발견했는지 아쉬울 정도다. 매우 훌륭한 글쓰기 책들이 많지만, 이 책에는 아주 실질적으로, 즉각적으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생생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아무리 훌륭한 글쓰기 조언을 열심히 읽어도, 막상 컴퓨터자판 앞에 앉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가’, ‘오늘부터 당장 쓸 수 있는 글쓰기에 집중하자’라는 동기부여가 시작된다. 『라이팅 픽션』은 소설뿐 아니라 짧은 에세이, 일상적인 글쓰기를 제대로 해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_정여울,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저자
3. [인문예술] 동백어 필 무렵 | 명로진, 들녘
“평생 타자의 욕망이 자아의 욕망인 줄 착각하고 살았기에 자식은 물론이고 저 자신마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게 스카이캐슬러들이다. _<스카이캐슬>”
대한민국은 드라마의 천국이다. 엄청난 드라마가 생산되고 소비된다. 흔히 TV드라마를 소우프 드라마(soap drama)라고 부르는 건 저녁 설거지 후 시청한다는 뜻도 있지만 대개는 비누처럼 사라질 뿐 보고 나면 그다지 남는 게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창’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어떤 것을 소비하며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헤르더의 말처럼 ‘시대의 딸’이다. 그런 드라마들 가운데 대표적인 드라마 25편을 가려 뽑되 그 ‘언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작가이며 배우인 명로진 특유의 날카로운 눈과 경쾌한 언어감각으로 그것들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해석한다. 명로진이 아니고서는 풀어내지 못하는, 그의 언어로 드라마의 언어들을 중심으로 극의 의미까지 해석한다. 그래서 소우프 드라마가 소울 드라마로 진화하는 것을 우리는 추억과 더불어 경험하게 된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그 언어들로 빚어낸 드라마들을 소환하여 우리가 어떤 언어를 생산하고 소비해왔는지를 짚어 보는 것은 결코 가벼운 비누(soap)가 아니다. 드라마를 소환하여 세상과 삶을 펼쳐내는 작업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그 지점에 이 책이 있다.
_김경집, 인문학자·前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4. [사회과학] 우리를 지키는 법 | 노윤호, 카멜북스
“법과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정작 자신이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모르고 있다면 무슨 소용일까.”
‘N번방 사건’처럼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폭력은 유형과 수법, 심지어는 가해자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그 피해는 당사자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심각하다”는 표현으로 부족할 만큼에 이르며, 마치 기록을 갱신하는 것처럼 날로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답이 불확실할 때 3번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담 반 농담처럼, 아이들에게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로 닥칠지 모르는 폭력의 불확실성 하에서 사회의 구조적, 제도적 대응만을 논하는 것은 확률 높은 답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피해의 가능성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그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 책은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에 대해 아동과 청소년, 명목상이 아닌 진정한 보호자가 되고 싶은 어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도의 법 지식을 쉽게 다루고 있다.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줄 수 있는 수단이어야 함을 새삼 생각해본다.
_이준호,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5. [자연과학] 역사 속의 색채 | 김관수, 한국학술정보
“크롬이나 카드뮴이나 코발트 성분의 새로운 노란색과 적색과 청색 안료는인상주의 회화에서 보는 강렬한 색채의 근원이 되었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보면서 과학을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우리가 색을 볼 수 있기에 아름답게 보이고 또 색으로 표현되었기에 아름답다.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는 감사하게도 색을 볼 수 있다. 물체나 물질이 색깔을 띠는 원인은 빛과 물체의 상호작용에 의해 색깔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인류는 오랜 시간 색채와 함께해왔다. 구석기 시대 인류는 이를 동굴벽화로 남겼고, 고대 이집트인은 그들만의 신성한 청색을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화학이 꽃을 피우던 시기에 이르러 다양한 색채의 안료는 근대 인상파의 수많은 명화를 탄생시켰고 염료는 산업의 한 축을 맡게 되었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유기화학 연구에 평생을 바치신 과학자가 어떻게 인류의 역사에서 예술작품 속 다양한 ‘색채’를 표현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그 안에 숨어있는 색을 내는 화학적 성분들은 무엇인지 설명한 책이다. 과학자가 쓴 책답게 문체는 간결하고 늘 핵심만을 이야기한다. 그 간결함 속에서 우리는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색깔’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의 세계와 만날 수 있다.
_송기원, 연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6. [실용일반] 질문하는 독서의 힘 | 김민영, 북바이북
“아는 것이 많아야 보이는 것이 있듯, 질문이 자라날 배양토 같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매번 새해 계획에 올라 있지만 좀처럼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독서. 연초면 으레 잡히던 신년회가 사라진 자리에 독서 시간을 넣으면 어떨까. 『질문하는 독서의 힘』은 책을 읽을 때, 질문을 하자고 제안한다. 보다 집중이 잘 되는 것은 물론, 나와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사회를 보는 시각도 다양해진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함께 읽기’ 경향을 반영해 독서모임 회원들이 어려워 할 수 있는 논제 만들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담겼다. 회원들이 토론할 만한 질문을 생각 하고 글로 정리하는 것이 논제다. 책은 발췌문을 어떻게 뽑으며 논제문은 어떻게 쓰 는지를 실제 책의 발췌문·논제문을 예로 들면서 생생하게 알려준다. 이제 논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할 차례다. 토론의 기본은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고 반응해 주는 경청 이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으로 독서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함께 ‘집콕’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회원들의 말을 경청하자.
_송현경, 내일신문 기자
7. [그림책·동화] 엄마 소리가 말했어 | 오승한, 바람의 아이들
“해맑은 히읗아. 히읗을 만난 건 행운이야. 히읗은 우리의 희망이란다.”
우리는 흔히 언어는 생각이나 감정에서 나온다고 여기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언어가 우리 생각이나 감정을 만들어내고, 더 크게 부풀리고, 더 작게 찌그러뜨릴 수 있는 것이다. 언어를 단순한 전달 도구가 아니라 적극적인 생산 기제로 간주할 때 우리는 자신을 더 정교하고 깊이 있게 다듬어갈 수 있다. 특히 자기정체성을 세워가는 어린 시절에. 『엄마소리가 말했어』는 그런 명제를 적극 실천하는 책이다. 부드러운 손바느질 인형으로 아기 닿소리들을 품에 안고 있는 엄마를 보여주는 표지에서부터 글자들은 생생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가난, 변덕 같은 부정적 말이 싫은 기역이나 비읍이에게 ‘같이’와 ‘반짝임’을 알려주며 달래고, 끝말잇기에서 늘 진다며 투덜대는 리을이에게는 네가 있어 부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토닥이는 엄마소리. 이런 폭 넓고 긍정적인 언어 운용은 독자에게 가서 얼마든지 그 자신만의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 말놀이의 재미와 힘을 따뜻한 비주얼과 함께 받아 안을 수 있는 책.
_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이 중에 당신의 마음을 울리는 책 한 권이 있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도 풍성한 책 추천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