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매표용 재난지원금은 사회적 마약

기자 2021. 1. 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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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는 최근, 다음 주부터 지원되는 3차 재난지원금 9조3000억 원을 설 전에 대부분 지급하도록 하겠으며, 추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여당이 4월 재·보선 전에 추경을 편성해 전(全) 국민 대상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지난해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13조 원이나 되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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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는 최근, 다음 주부터 지원되는 3차 재난지원금 9조3000억 원을 설 전에 대부분 지급하도록 하겠으며, 추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신속’과 ‘유연’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여당이 4월 재·보선 전에 추경을 편성해 전(全) 국민 대상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필요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거든다. 명칭도 고약하다. 재난지원금이 ‘재난위로금’으로 둔갑했다. 전지(全知)하고 자비로운 국가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13조 원이나 되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당시 최대 쟁점은 ‘무차별적 일괄지급이 과연 타당한가’였다. 정책의 가성비(價性比), 즉 투입 예산만큼 실효성이 있는가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국책연구원 KDI마저 ‘피해업종 지원 효과가 미미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을 정도다. 매출 증대 효과는 26∼36%에 그쳤다. 지원금의 70%가량은 채무상환이나 저축 등으로 이어졌으니, ‘소비 진작을 통한 피해업종 지원’이란 애초 취지는 빗나갔다. 4인 가족 기준 최대 100만 원이란 큰돈 같지만, 길게 보면 ‘푼돈’을 손에 쥐여 준 것이다. 대신 국민은 공짜 돈에 취했다. 명백하게 실패한 퍼주기 정책을 그것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다시 꺼내 든 것이다. 한 번 더 현금을 살포한다면 재난지원금은 ‘사회적 마약’으로 변질될 것이다.

지금 최악의 팬데믹 사태를 겪고 있다. 코로나 쇼크에 ‘백신 조기 확보 실패’가 겹친 것이다. 그 충격은 업종·사업 규모·계층별로 층위를 달리한다. 자영업, 여행과 레저 등 ‘대면산업’은 회복 불가의 피해를 보고 있지만, ‘언택트(untact) 산업’은 상대적 호황을 누린다. 코로나발(發) 신(新)양극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요량이라면 코로나 충격이 큰 업종과 사업자, 실직자와 취업준비생에게 집중해야 마땅하다. 한계산업과 취약계층을 겨냥한 외과수술식 정교한 지원이어야 하는 것이다. 재난 지원 아닌 ‘위로금’이라는 언급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문재인 정권은 미래 자원을 미리 끌어다 쓰고 있다. 올해 558조 원 규모의 ‘초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3.9%에서 올해 47.3%로 치솟을 전망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부채비율은 50%에 근접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를 극복해 국민에게 일상을 빨리 찾아주는 국가가 ‘V자’ 반등을 꾀할 것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회복 순서를 결정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나라는 40국이지만, 세계 10대 강국 반열에 올랐다는 한국은 백신 구경도 못 하고 있다. K-방역에 취하고 정치 방역에 함몰돼 백신 확보에 실기한 탓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방역 당국이 일치단결하면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정치 주문(呪文)을 외우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사회적 마약에 취하든 말든 재난지원금을 뿌리면 코로나라는 잡귀를 내쫓을 것으로 믿는 듯하다. 부적을 붙이면 조총(鳥銃)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임진왜란 시절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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