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자율주행 전기차가 유망한 5가지 이유 [최원석의 디코드]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1.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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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자율주행 전기차로 가면, 이미 하드·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자체 보유한 테슬라는 말할 것도 없고,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뛰어난 엔비디아, 모빌아이(인텔·무빗 포함), 그리고 아직 자동차산업에 본격 진출 전인 애플·구글 등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하지요.

한국도 하드웨어 부문에선 경쟁력이 있습니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는 전도가 밝습니다.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 마그나와 최근 합작사를 차린 LG전자도 그들이 하기에 따라선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삼성은 전기차·자율주행 시대의 핵심부품을 공급할 능력이 충분해 보입니다. 현대자동차도 앞으로 보여줄 경쟁력이 기대되고, 국내 몇몇 자동차부품사도 성장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테슬라, 혹은 앞으로 나올지 모를 ‘애플카’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력을 보유한 아시아 기업으로 또 어디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네, 소니입니다. 다음의 5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소니는 전자제품 기반으로 세계를 석권한 기업 중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변신에 성공한 유일한 아시아 기업이다

2.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분리돼 각각의 글로벌 협업이 진행될 것이다.

3. 소니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플랫폼을 조율할 능력과 브랜드파워를 동시에 가졌다

4. 소니는 ESG 경쟁력이 강하다

5. 자율주행차는 자동차보다 AI로보틱스 혹은 컴퓨터게임에 가깝다

소니의 첫 자율주행·전기 컨셉트카 ‘비전-S’의 겉모습. /소니

소니는 작년 초에 전기·자율주행 컨셉트카 ‘비전-S’를 출시하며 업계 관심을 끈게 아직 전부입니다. 그리고 당시에도 출시 이유를 ‘완성차 진출이 아니라 미래차와 관련된 기술 축적의 일환’이라고만 했지요. 비전-S는 기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에게 폄하당하기도 했습니다. 도요타·혼다 등 내연기관 중심 카르텔이 강한 일본에서도 소니에 대한 반감이 느껴집니다. ‘소니가 자동차에 대해 뭘 아냐, 껍데기(콘셉트카) 하나 내놓았을 뿐이고, 그것도 자동차 부품사(글로벌 자동차부품 기업 마그나)가 대신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지요.

네, 그것도 맞는 얘기입니다. 소니가 자율주행 전기차에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지요. 하지만 투자자나 자동차 이외의 업계에서 보는 기대가 꽤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월5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영자가 선택한 유망종목’ 연재기사의 1번 타자로 소니를 다뤘습니다. 소니는 2020년 상반기(4~9월, 일본 회계기준) 역대 최고이익을 경신했고 주가도 20년만의 최고치를 회복했지요. 현재 주가는 1만엔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00년 닷컴 버블 때의 역대최고치(1만6950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방향성·포트폴리오가 꽤 견실하다는 평가입니다. 최근의 좋은 실적이 모빌리티 산업에서 소니의 가능성을 증명하는건 아닙니다만, 여러 정황을 근거로 소니가 앞으로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소니는 전자제품 기반으로 세계를 석권한 기업 중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변신에 성공한 유일한 아시아 기업이다

이 얘기에 앞서 잠시 소니의 역사를 되돌이켜 보겠습니다. 소니는 1979년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워크맨’을 내놓은 이후 줄곧 독자 제품으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하겠다는 열망을 드러내 왔지요. 초기 워크맨에는 독자 규격의 헤드폰 잭을 사용했었고, ‘베타’라는 고유의 비디오테이프 레코더 규격으로 승부를 걸기도 했습니다.(경쟁 상대였던 VHS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지만, 우군 확보에서 밀리면서 1980년대 중반 이후 VHS 진영에 완패했지요.) 1988년 미국 CBS레코드를 인수한 것도 자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었을 겁니다.

소니의 이 같은 구상은 스티브 잡스가 2001년 1월 샌프란시스코 맥월드(신제품 출시 등에 초점을 맞춘 애플의 대표 행사)에서 내놓은 ‘디지털 허브 전략’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잡스는 어릴 때부터 소니 애호가였으며 특히 소니의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집착에 가까운 기술력에 매료됐지요. 잡스의 비전은 2001년 애플이 디지털 음원 판매망 ‘아이튠’과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을 보급하면서 실현되기 시작합니다. 애플의 전매특허, 즉 자사 모든 기기를 연결한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사용자 경험의 시초이고요. 그 아이디어는 명백히 소니에서 따왔습니다.

먼저 구상했지만 잡스에게 허를 찔린 소니도 곧 움직입니다. 잡스의 디지털 허브 전략 연설 10개월 뒤인 2001년 10월 소니의 안도 구니다케 CEO는 라스베이거스 컴덱스(Comdex·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을 대표했던 IT 전시회)에서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하지요. 소니의 기기와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ubiquitous)’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념으로, 당시 유명했던 소니 ‘바이오’ 컴퓨터와 ‘베가’ 홈시어터를 주축(hub)으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니 왕국’을 완성하겠다는, 회사의 명운을 건 승부처였습니다. 갖고 있는 구슬을 꿰기만 하면 될 것처럼 보였지요. 음악·영화 콘텐츠회사와 TV·PC·게임기·휴대전화 등 필요한 모든 기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여러분들이 아시는대로입니다. 소니는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났던 자사 제품과 콘텐츠로만 구성된 폐쇄된 세계를 완성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려 했는데요. 문제는 사용자 편의성보다 자사 편의성을 위주로 한 제품을 쏟아냈다는 겁니다. 게다가 소니 제품이 다른 범용 제품과 차별성을 잃어버리면서 소비자가 굳이 소니의 폐쇄성을 감수해가며 소니가 꿈꾸는 세계에 동참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됐습니다. 제품이 최고라면 폐쇄적이라도 상관없을 수 있지만, 제품의 차별성이 사라진 뒤의 폐쇄성은 과거 소니 사례처럼 소비자의 급속한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만 남긴채 소니의 꿈은 사라져 갔습니다.(이 때에 왜 소니가 그렇게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애플에 참패했는지, 지금의 자동차회사들이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니의 첫 자율주행·전기 컨셉트카 ‘비전-S’의 내부. /소니

이후로도 소니는 실적추락과 시행착오도 여러차례 겪고 경영자도 바뀌고 했습니다만, 흥미로운건 이 회사가 급격한 구조조정을 통해 소프트웨어·콘텐츠 중심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것입니다. ‘가전(家電)의 제왕’ 소니의 영화(榮華)는 사라졌지만 게임·영화·음악 등 콘텐츠 분야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거죠. 게임콘솔·이미지센서·전자·디지털카메라 등 하드웨어 분야의 경쟁력과 보유 콘텐츠의 연결에서 나올 부가가치도 기대됩니다. 소니가 넷플릭스 등의 아성을 깰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어 구독경제를 잘 구축해나간다면, 과거에 꿈만 꿨을 뿐 실행 못했던 ‘콘텐츠·전자 통합 제국’ 소니가 다시 완성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소니가 먼저 꿈꿨고 이를 애플이 따라했지만, 결국 소니는 실패했고 애플만 성공한 그 제국 말입니다.

소니의 최근 매출·영업이익을 살펴보면, 게임 비중이 가장 큽니다. 소니는 우선 플레이스테이션을 기반으로 한 게임사업에서 (일부 영역이긴 하지만) 하드·소프트웨어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올 상반기(일본 기준 4~9월) 영업이익의 42%가 게임에서 나왔지요. 매출에서는 게임과 전자제품이 각각 24%로 가장 크고, 반도체(13%), 영화(12%), 음악(10%)이 뒤를 이었습니다.

또 게임·음악·영화 등 콘텐츠 부문의 2020년 예상 영업이익은 5000억엔으로, 같은 기간 전체의 71% 정도입니다. 매출에서도 이미 게임·음악·영화는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2019년엔 전자 부문 매출이 게임 매출보다 약간 더 많았는데요. 2020년엔 매출에서도 게임 2조6000억엔, 전자 1조8700억엔으로 게임이 월등히 높아질 전망입니다.

애플도 이미 전체 매출의 20% 이상이 서비스 부문에서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이 비중을 더 늘리려는게 방향입니다. 그러기 위해 애플도 콘텐츠·서비스 중심 기업이 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그 위치는 불안합니다. 애플이 전기·자율주행차를 내놓는 것은 그런 계획의 강화를 위한 당연한 수순일지 모릅니다. 소니가 내놓은 전기·자율주행 콘셉트카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격 진출은 시간 문제입니다. 우선은 자동차의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위주가 될 것이고요. 다음은 자율주행 혹은 전기차 자체를 ‘일부 내재화+타사 연합’으로 가져가려 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2.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분리돼 각각의 글로벌 협업이 진행될 것이다

미래차 분야에서 왜 소니의 행보를 지켜봐야할지 다시 말씀드리면, 소니가 소프트웨어 중심 회사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자율주행차라는 말 대신에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요. 자율주행차보다 더 포괄적이고 선행적인 의미입니다. 지금까진 하드웨어가 차량을 정의했지만,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을 정의할 것이라는 겁니다.

소니는 작년 1월 CES에서 ‘비전-S’를 공개하면서 “IT와 엔터테인먼트 양쪽에서 자동차를 바꾸려는 시도”라고 했습니다. 비전-S는 하나의 차량이 아니라 소니의 미래차 계획 그 자체인 것이죠.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중심이고, CES에서 공개한 콘셉트카는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도구일 뿐인 겁니다.

여기에서 중요한게 성공한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입니다. 소니가 자율주행·전기차 기술을 다 갖고 있을리 없지만, 게임·콘텐츠 분야 등에서 높은 매출과 수익을 창출해 왔던 내공을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분야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거라는 얘기입니다.

도요타의 자율주행 개발자들은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차량이 아니라 ‘운전자' 그 자체를 개발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즉 자율주행·IT·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하드웨어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차량의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하드웨어 플랫폼은 각각 별도로 움직일 것이고, 양쪽 부분에서 별도의 글로벌 분업이 일어날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콘텐츠의 사용자 경험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게임 분야 구독경제가 소니 그룹 최대의 돈벌이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소니의 유료 온라인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전세계 회원수 4500만명을 돌파했다. /소니

◇3. 소니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플랫폼을 조율할 능력과 브랜드파워를 동시에 가졌다

현재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양쪽에서 글로벌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기업은 애플이 거의 유일합니다. 제품 제조는 대만 홍하이(폭스콘), 칩 제조는 대만 TSMC에 위탁하고 있지만, 칩이나 제품 설계의 핵심 경쟁력은 모두 자체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업계를 보면, 구글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졌지만 하드웨어가 없고, 삼성은 하드웨어 판매대수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이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없다시피 하지요.

물론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유일하게 전기차·자율주행(현재로는 주행보조 수준이지만 향후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기술) 분야의 하드·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모두 가졌지만,(게다가 애플과 달리 차량 제조도 스스로 하지요) 아직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하긴 어렵죠. 세계 신차 시장은 연간 9000만대(코로나 이전 기준) 수준인데 테슬라는 작년에 고작 50만대를 팔았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통해 (게임 분야이긴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두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구독경제도 순항 중입니다. 콘텐츠 분야를 크게 강화해 넷플릭스에 맞설 구상까지도 하고 있지요. 즉 소프트웨어 특히 사용자 경험에 잘 대응할 수 있으면서, 전자 부분의 공력이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대응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물론 중심은 소프트웨어입니다. 비전-S를 내놓으면서 소니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생각한 이후에 그것에 맞는 하드웨어를 구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소니의 자율주행 개발이력이 길지 않지만, 모빌아이(인텔), 구글(웨이모), 엔비디아 등이 모두 자사 기술을 폐쇄적으로 운용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협업이 가능합니다. 전기차 하드웨어 플랫폼 역시 최근 홍하이(폭스콘), 보쉬 등이 모든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범용 제품을 내놓은 상태이지요. 문제는 이를 매끄럽게 조율할 능력이 있느냐일텐데, 소니에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 그리고 소비자를 매혹시킬 브랜드 가치만 줄 수 있다면, 자율주행 전기차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진출의 장벽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4. 소니는 ESG 경쟁력이 강하다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미래차 개발 관련으로도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즉 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의 경쟁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의하면, 소니는 최근에 ESG 분야에서 최고등급인 AAA를 받았습니다. 등급은 최상위의 ‘AAA’부터 최하위의 ‘CCC’까지 있습니다. ESG 투자는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특히 환경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기업은 앞으로 기업활동에 큰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삼성전자(BBB), 포스코(BBB), SK하이닉스(BB), 현대자동차(B) 등의 ESG 등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환경(E)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ESG 경쟁력이 소니가 미래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지요. 하지만 이 기업이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을 세밀하게 맞춰가는데 능하다는 것, 그리고 소비자·투자자들이 성원하고 투자하고 싶게 만들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엔 충분합니다.

소니의 강아지형 AI로봇 ‘아이보’. 첫 모델은 1999년 등장했다. /소니 유튜브 캡처

◇5. 자율주행차는 자동차보다 AI로보틱스 혹은 컴퓨터게임에 가깝다

자율주행 개발자들의 말에 따르면,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은 전통적인 의미의 차량 개발과 크게 다르고, 실은 AI로보틱스나 컴퓨터게임과 닮아 있다고 말합니다.

소니의 첫 전기·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S’를 소니의 어디에서 누가 만들었을까요? 만든 곳은 소니의 AI로보틱스 사업부입니다. 개발을 주도한 가와니시는 과거에 소니의 강아지형 로봇 ‘아이보’ 개발팀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이후에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현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에서 게임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소니는 무려 20여년 전인 1999년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시판했었죠. 아이보(aibo)는 일본어 아이보(相棒) 즉 친구·짝꿍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인공지능 로봇(’A’rtificial ‘I’ntelligence Ro’bo’t)의 약칭입니다.

이것은 소니가 자동차를 AI 로봇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죠. 이미 상용으로 특정 지역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구미에서는 ‘로보택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로봇 하면, 사람처럼 생기고 사람처럼 팔다리를 움직이는 기계를 생각하지만, 꼭 사람 형태일 필요는 없습니다. IoT 시대가 진전되면 세상의 모든 물건이 로봇화되는 세상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 로봇이 자동차가 되겠지요.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에 인수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 회사를 산 것이 꼭 현대차가 인간형 로봇의 상용화를 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또 소니의 비전-S 개발자 이력을 통해 컴퓨터 게임과의 연관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국내의 한 업계 전문가는 ’2014년 현대차가 십수조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에 고층빌딩 부지를 사들이는 대신, 젊고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많이 보유한 국내외 게임업체를 인수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얘기도 합니다. 소니의 행보를 볼 때, 허황된 얘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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