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우리가 알던 남북협력·분쟁 공식 깨트렸다
진보정부, 보수정부보다 온건·유화적이란 믿음 근거 없어
경기연구원, 빅데이터 기반 남북협력·분쟁 연구결과 눈길
진보정부가 보수정부보다 북한에 더 온건·유화적이란 인식은 근거가 없다는 연구결과여서 주목된다. 북한이 이유없이 도발한다는 믿음은 이념적 선호가 만들어낸 인식의 오류라고 지적도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7일 '빅데이터 기반 GDELT 활용 남북관계 시례열 분석: 협력과 분쟁의 역학'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건계수자료인 GDELT(Global Data on Events, LocationTone)를 활용해 남북관계 역학구조를 20년에 걸쳐 분석하고, 변화과정을 추적했다.
2000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241개월간 남북관계의 전개 과정을 월별자료로 누적하고, 상호관계의 역동적 전개를 '협력'과 '분쟁'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동안 남북관계 연구는 특정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단기간의 상호관계를 설명하거나 보수·진보진영 등 논리에 따라 이념적 선호를 정당화하는 연구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북한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여 북한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구결과를 보면 남한의 북한에 대한 협력(18.3)이, 북한의 남한에 대한 협력(17.5) 보다 높았다.
분쟁에 있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발사실험과 같이 '고강도·저빈도' 특성을 보인 반면, 남한은 북한에 대한 비난 이나 경고와 같은 '저강도·고빈도' 행태가 특징으로 드러났다. 경기연구원은 "전체적으로 남한의 분쟁(-5.5)이 북한의 분쟁(-3.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이유없이 도발한다는 통상적 믿음은 이념적 선호가 만들어낸 인식의 오류"라고 밝혔다.
진보정부가 보수정부보다 온건·유화적이란 인식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 협력 관계를 분석한 결과 노무현 정부(14.13)보다 이명박 정부(16.13)가 북한에 대해 더 협력적이었다. 북한의 남한에 대한 분쟁에 있어서는 박근혜 정부(-5.32)보다 문재인 정부(-6.77)에서 더 분쟁적이었다. 연구진은 "남북관계에서 협력과 분쟁을 결정하는 변수는 정권의 이념성향이 아니며, 호혜성을 따르는 것"이라고 결론냈다.
남한의 북한에 대한 협력은 북한의 남한에 대한 분쟁을 악화시킴과 동시에 북한의 남한에 대한 협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의 북한에 대한 협력이 북한의 남한에 대한 분쟁 악화로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북한 정권 특성상 남한의 지원과 교류에 따른 체제이완과 주민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한 상호관계는 기본적으로 분쟁이 협력을 압도하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협력의 기조가 분쟁의 기조보다 우세하게 작용한다"면서 "남북한이 공동의 노력을 한다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고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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