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일찍 나왔는데, 7km에 2시간 20분".. 경기남부, 폭설 출근길 대란

박종대 2021. 1. 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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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 제설작업 안 돼 시민들, 출근 차량에 갇혀
지자체들, 밤새 장비·인력 동원해 눈 치웠지만 역부족
눈길 교통 관련 신고도 폭주해 2400여건 접수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전국적으로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도로가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량정체를 빚고 있다. 2021.01.07.jtk@newsis.com

[수원=뉴시스] 박종대 안형철 기자 = 지난 6일 오후부터 경기남부 지역에 쏟아진 폭설로 인해 도로 곳곳에 쌓인 눈이 제대로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7일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중교통 버스를 이용해 직장에 출근하는 시민들은 한참씩 버스를 기다리거나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어도 빙판길로 변해버린 도로에 갇혀 거북이 운행으로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자가용을 이용해 직장까지 이동하는 시민들도 시내 운전길에 1∼2시간씩 시간이 소요되면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경기 수원시에 직장을 둔 정모(55)씨는 7일 오전 영통구 망포동 자택에서 7㎞ 가량 떨어져 있는 경기대학교 후문 사거리에 소재한 회사까지 출근하는 데만 2시간 20분이 걸렸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전국적으로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도로가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량정체를 빚고 있다. 2021.01.07.jtk@newsis.com


그는 일부러 전날부터 쏟아진 눈으로 인해 아침 출근길 도로가 막힐 것을 우려해 평소 집에서 나서는 시간보다 2시간이나 먼저 출발했다. 하지만 수원 시내 도로가 전혀 제설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꼼짝없이 차량에 2시간도 넘게 갇혀 있어야 했다.

정 씨는 "혹시나 제설이 되지 않아 직장에 지각하는 일이 없도록 2시간이나 먼저 나왔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도대체 제설을 한 것인지나 모르겠다. 이미 예보된 폭설에 형편없는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이날 취재진이 시내 곳곳을 확인한 결과 도로 언덕이나 고가 구간에 비치돼 있어야 할 긴급 제설용 염화칼슘도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그동안 수원에 눈이 많이 안 내려서 시가 올해 염화칼슘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것 같다"며 성토했다.

대중교통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출근길에 발만 동동 굴렀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분당선 수원시청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는 시민 10여 명이 버스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자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전국적으로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1.01.07.jtk@newsis.com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출근한다는 김모(33)씨는 "버스가 너무 안 오고 있다. 지금도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기차 시간도 못 맞출 것 같고, 출근도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 정류장에 표시된 버스 예상 도착시간은 30~40분 가량으로, 평소였으면 10분 사이로 도착 했을 버스들이다.

시민들은 인근의 택시 승강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평소라면 줄을 서서 손님들을 태워가던 택시는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택시를 기다리던 이모(29)씨는 "버스가 안 와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택시를 타고 가려했는데, 한 대도 없어서 당황스럽다"며 "수원역에 택시가 한 대도 없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도로는 출근시간과 밤새 내린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차량들은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커브길이나 경사지에서는 차량들이 미끌어지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도 연이어 눈에 띄었고, 시청 앞 8차선의 큰 도로이지만 쌓인 눈이 제설이 완 돼 차량의 바퀴가 헛바퀴를 돌며 전진을 하지 못하기도했다. 이러한 정체 때문에 일부 구간의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전날 오후부터 지자체들은 폭설이 내린 도로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전국적으로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1.01.07.jtk@newsis.com

수원시를 비롯한 경기도 31개 시군은 인력 5329명, 장비 2135대를 동원해 제설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설작업에는 염화칼슘 7297t 등 총 1만5870t의 제설제가 투입됐다.

수원시는 밤새 제설차량 69대와 굴삭기 5대를 투입한 제설작업에 이어 수원시 전 공직자를 현장 제설작업에 투입했다.

안양시는 산하 구청 2곳에 각 8대씩 배치돼 있는 제설차량 총 16대와 안양시 전체 공무원 1700여 명의 3분의 1 가량 인력을 제설작업에 투입했다.

시흥시는 보유하고 있는 제설차량 37대를 모두 동원했으며, 전체 공무원 3분의 1씩 시간대별로 인력을 나눠 제설작업을 진행 중이다.

광명시는 제설장비 27대와 제설제 1700t를 투입해 눈을 제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남부권 시·군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실시간으로 시민들이 남긴 출근길 도로 및 교통 불편민원이 잇따랐다.

염태영 수원시장 인스타그램에는 "영통대로에 눈이 그대로라 버스가 1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 했는데 제설한 것 맞느냐", "10분 거리를 1시간 동안 벗어나지 못했는데 도대체 어디를 제설한 거냐" 등 누리꾼 비난이 쏟아졌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수도권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6일 저녁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1.01.06.jtk@newsis.com

눈길 교통사고와 신고도 잇따랐다.

6일 오후 7시부터 7일 오전 5시까지 9시간 동안 경기남부 지역에 접수된 교통 관련 신고건수가 2416건에 달했다.

이날 오후 9시 10분께 수원역 로터리 인근 도로에서는 시내버스 2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버스에 탑승해 있던 승객들이 하차했다. 일부 승객은 버스 뒷좌석 유리창이 깨지면서 유리조각 파편에 찔리는 등 경상을 입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밤부터 지금까지 제설 작업을 하고 있지만 추운 날씨 탓에 염화칼슘을 뿌려도 제설이 되지 않고 눈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goah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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