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코로나로 힘잃었던 포퓰리즘 .. 팬데믹 장기화에 '부활' 조짐

박준우 기자 2021. 1. 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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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포퓰리즘 지도자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료사진

■ 2021 포퓰리즘 기상도

트럼프 등 코로나 대처 실패

포퓰리스트 퇴조하나했더니

사회불안 커지며 다시 득세

美 ‘트럼프 후계자’ 우후죽순

칠레·에콰도르·페루 등서도

대중영합 후보들 대권 경쟁

향후 각국 긴축정책 전환땐

복지혜택 줄고 稅인상 확대

고소득·저소득층 모두 불만

지난 4년간 전 세계 ‘포퓰리즘’의 상징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3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올해 포퓰리즘은 확연히 퇴조할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사례처럼 각국 포퓰리즘 지도자들에게 확실히 타격을 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입지가 위축되면서 최측근이던 도미닉 커밍스 수석보좌관을 내쳐야 했고, ‘우파 포퓰리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돼 곤욕을 치렀다. 코로나19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대중에게 보다 합리적인 것을 찾게 하면서 포퓰리즘을 종식시킬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하지만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는 다시 포퓰리즘의 대두를 목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일 떠나더라도 ‘트럼피즘’은 여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포퓰리즘 지도자들의 퇴장이 포퓰리즘 자체의 종언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오히려 포퓰리즘 지도자가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선 ‘트럼피즘’ 여전, 전 세계에서도 ‘우후죽순’= 지난해 12월 30일 조시 홀리(공화·미주리) 미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승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어서 자신을 트위터상에서 조롱한 월마트 직원과 설전을 벌이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홀리 의원 외에도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 등 차기 대권 주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하는 직설적이면서도 상대를 비난하는 화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도 여전한데, 공화당원의 53%가 2024년 대권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위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12%)을 네 배 이상으로 앞선 격차다. FT는 “트럼프는 가도 트럼피즘은 남는다”며 포퓰리즘이 계속 존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퓰리즘의 건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가 유럽 내 31개 포퓰리즘 성향 정당들의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절반에 달하는 정당들이 지지율 하락을 겪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포퓰리즘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91%로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했고, “기도를 통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던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포퓰리즘 성향의 정치인들이 우후죽순처럼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차기 대권에 도전장을 던진 산티아고 교외의 시장으로 공산당 일원인 다니엘 하두에와 유명 TV 진행자 출신인 파멜라 자일스가 포퓰리스트로 분류된다. 에콰도르도 급진 경제학자 안드레스 아라우즈와 은행가 출신의 기예르모 라소 등 두 명의 포퓰리즘 지도자가 경쟁 중이다. 지난해 대통령의 탄핵과 불신임으로 일주일 동안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할 정도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페루도 포퓰리즘 성향의 후보들이 차기 대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 포퓰리즘 부활의 불씨 되나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팬데믹 초반 고전했던 포퓰리즘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겨울 재확산은 결국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실패한 기존 정치인들에게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당들은 팬데믹 초기에는 코로나19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이야기했다가 지지율 하락을 겪었지만, 각국 정부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하자 민심이 다시 이들에게 기울고 있는 것.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라틴아메리카 담당인 크리스토퍼 사바티니 선임연구원은 “기존 정치인들은 중고차 판매원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및 사회적 불안 때문에 대중이 포퓰리즘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놈 기드론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지금까진 경제적 어려움이나 문화적 갈등으로 포퓰리즘에 의존하게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연구 결과 사회적으로 단절됐거나 자신의 가치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포퓰리즘에 강하게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드론 교수와 공동연구를 한 피터 홀 하버드대 교수도 “사회적으로 단절됐던 사람들이 과거에는 아예 투표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2016년 미국 대선처럼 투표장에 적극 나가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으로 단절된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코로나19 종식 이후 회복 과정에서 포퓰리즘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사회가 정상화되면 그동안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던 각국 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한 긴축정책으로 돌아서게 되고, 이 경우 사회적으로 단절된 사람들에게 가던 복지정책 등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FT 칼럼니스트인 필립 스티븐스는 “결국 정부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세금은 인상하고 저소득층이나 서민층에 돌아가던 각종 혜택은 줄여갈 것”이라며 “서민층과 부유층 모두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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