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사들의 새벽 4시... 병원 경비원이 보낸 감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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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구하는 의료진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 사람들인지 우리는 새삼 깨닫고 있죠. 영웅들에게 존경을 담아 선물을 주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영국의 한 병원 경비원이 코로나 사태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간호사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런던 중심부 로열런던병원에서 일하는 경비원 표트르 펙사(42)는 최근 본지와 통화하면서 “의사나 간호사가 된다는 건 보통 마음가짐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의료진 모습을 하나둘 찍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비원이면서 아마추어 영화 촬영 감독 겸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표트르는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의사, 간호사, 응급 구조 요원 등 NHS(국민보건서비스) 소속 의료진 120여 명의 모습을 찍었다. 그는 주로 오전 4시에 교대 근무를 마치고 나서 아침 일찍 출근하거나 근무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하나둘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피곤하지만 바로 퇴근하지 않고 새벽 출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며 “화장하지 않고 출근하는 여성 의료진은 다소 민망해했지만 대부분 흔쾌히 촬영에 응했다”고 말했다.
표트르는 사진을 찍고, 보정하고,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작업에 모두 250시간 넘게 썼다. 배경은 최대한 단순하게 하고, 의료진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 통일성을 유지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의료진에 대한 현대적 의미의 초상화를 만들고 있다며 표트르가 사진 찍는 과정을 방송으로 자세히 소개해 유명해졌다. 그는 “생명을 구하는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만의 방식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표트르는 어린 시절 폴란드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한 명의(名醫) 지브그뉴 렐리가(Religa)가 가운을 입고 환자 곁을 지키는 사진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가 말한 렐리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1987년 미국 사진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에 대한 기억이 남아 “나도 비슷한 작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는 게 표트르의 얘기다.
표트르는 “BBC뉴스와 인스타그램으로 내 활동이 알려지고 나서 촬영에 응한 의료진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표트르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해 3월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에 있는 처가로 휴가를 갔다가 봉쇄령 때문에 두 달간 갇혀 지내다 런던으로 돌아왔다. 인류 전체에 전례 드문 위기가 닥쳤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되면 전문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작년은 모든 이에게 고난의 한 해였지만 올해는 코로나를 이겨내는 밝은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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