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첫 흑인 상원의원 워넉, 승리의 비결은 강아지 '비글'?

인현우 2021. 1.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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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넉 후보의 승리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된 것은, 그의 짧은 영상 광고다.

워넉은 이번 선거에서 애견 비글을 데리고 영상 광고 2개를 만들었다.

"레플러가 조지아를 대변하고 싶다면 자신의 좋은 점을 말했겠지. 대신 나를 비난해 사람들을 겁주던데, 하지만 조지아 주민들은 광고를 보고 스스로 판단할 거야. 그렇지?" 비글은 세 번 짖어 답한 후 워넉의 얼굴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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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데리고 출연한 광고, 온라인 화제
"'백인 강아지' 이미지 강한 비글 선택, 전략적"
비글.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방 상원의회 2석이 걸린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후보 중 1명인 라피엘 워넉이 6일(현지시간) 공화당의 현직 의원인 켈리 레플러를 제치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로서 워넉은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첫 흑인 정치인이 됐다(기사).

워넉 후보의 승리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된 것은, 그의 짧은 영상 광고다. 조지아의 도시 근교에서 스웨터를 입은 채 자신의 애견 비글을 안거나,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선거 전문가들은 바로 이 비글이 승리의 열쇠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광고에 맞서 "참고로, 난 강아지가 좋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당선자가 된 라피엘 워넉의 첫 '개 광고'. 트위터 캡처

워넉은 이번 선거에서 애견 비글을 데리고 영상 광고 2개를 만들었다. 첫 번째 광고에서 워넉은 "라피엘 워넉은 강아지마저 싫어합니다"라고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 광고'를 셀프 패러디한 후, "네거티브 광고가 온다. 켈리 레플러는 나에 대한 거짓말을 늘어놓겠지. 하지만 난 워싱턴(연방 정치)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할 거야. 참고로 난 강아지가 좋아"라고 말한다.

두번째 광고는 워넉이 비글을 데리고 산책하는 광고다. "레플러가 조지아를 대변하고 싶다면 자신의 좋은 점을 말했겠지. 대신 나를 비난해 사람들을 겁주던데, 하지만 조지아 주민들은 광고를 보고 스스로 판단할 거야. 그렇지?" 비글은 세 번 짖어 답한 후 워넉의 얼굴을 핥는다.

워넉의 '개 광고'는 트위터에서 약 900만명이 봤고, 선거 캠프는 애견 광고가 화제가 되자 '워넉을 위한 강아지들' 상품을 팔아 선거 자금을 마련했다.


"비글을 키우는 내가 무서운 흑인이겠어?"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당선자가 된 라피엘 워넉의 두번째 '개 광고'. 트위터 캡처

광고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강아지가 귀엽고,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를 무시하겠다'는 메시지는 지능적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NBC뉴스와 선거 전문 웹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 등과 인터뷰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 광고가 매우 전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개의 품종인 비글이다.

스탠퍼드 교수인 하킴 제퍼슨은 "애견의 품종이 비글인 것은 전략적 선택"이라며 "백인 친화적인 강아지를 데리고 '탈 인종화'하기 위한 노력을 거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흑인이 애견을 데리고 있다는 이미지 자체가 생소하며, 개를 데리고 있더라도 '무서운' 품종, 즉 핏불이나 로트와일러, 불독 등과 연결되는 것이 미국의 '인종적 스테레오타입'이다.

워넉은 비글을 데리고 있는 흑인을 연출해 이런 스테레오타입을 깨려고 시도했다. 제퍼슨은 트위터에서 "비글을 데리고 온 것은 '내가 이렇게 귀여운 개랑 잘 노는데, 어떻게 무서운 흑인일 수 있겠어?'라는 메시지를 백인 유권자들에게 던진 것"이라고 했다.


인구 구조 변화로 돌아선 '딥 사우스'

2020년 12월 20일 애틀랜타에서 연설하는 라피엘 워넉. AFP 연합뉴스

광고가 성과를 거둔 면이 있었는지, 워넉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비도심 지역에서도 레플러를 상대로 선전했다. 전체적으로 다른 민주당 후보인 존 오소프에 비교하면 낙승을 거뒀다.

물론 비글만이 승리의 요인은 아니다. 한때 공화당 텃밭이던 '딥 사우스' 중 하나인 조지아가 돌아선 것은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본보 1월 5일자). 바로 광고 속에서 워넉이 개를 데리고 산책한 조지아주의 준도심 구역이 대표적으로 흑인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지역이다.

2018년 조지아 주지사 후보로 뛴 역시 흑인 정치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백인 표의 4분의 1을 얻는 데 그쳐 공화당의 브라이언 켐프에게 패했으나, 2020년 선거에서는 적극적으로 이들 흑인 유권자의 투표를 독려했고, 조지아주 '푸른 물결'의 숨은 공헌자가 됐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줄기찬 대선 불복 행보다(기사). 대선에서 조지아주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공화당 소속의 켐프 주지사와 브래드 래펜스버거 주 국무장관을 상대로 "잃어버린 내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하는 등 '현실 부정'에 골몰하다 그나마 남은 공화당의 상원 우위마저 날려버릴 처지에 놓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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