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 인생의 킥오프③' 귀화1호 김진의 3가지 고언과 약속

배우근 2021. 1.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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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가운데)
“선수들 실력만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찰리 로우 코치님께서도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보다 신체조건이나 운동신경이 좋다고 평가하셨죠”

[스포츠서울 임재훈 크리에이터] 김진은 지난 5년간 대표팀 생활을 했다. 그는 국내선수들의 실력을 높이 샀다. 비록 체격 부분에서 서양 선수에 밀리더라도 장용흥, 정연식, 장정민처럼 7인제 럭비에 적합한 작지만 빠른 선수들이 많다는 것.

그러나 한국 럭비의 현실은 여전히 럭비 변방국이다. 실업팀은 단 세 개에 불과하고 등록된 럭비선수는 약 980여 명 수준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럭비는 일본과 호각지세를 이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만큼 아시아 최강이었다. 하지만 이후 한국 럭비는 세계 럭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정체기를 맞았다.

그 사이 홍콩과 중국이 치고 올라오며 한국은 아시아권에서도 위태로운 위치에 서 있는 상태다. 열악한 환경과 낮은 저변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

여러 환경을 경험한 김진도 이 부분을 꼬집는다. 현재 국내의 럭비 환경에서는 절대 선수의 잠재력을 터트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진은 “읏맨 배구단이 부럽기만 하다”고 했다. 읏맨 배구단은 현재 자신이 출근하고 있는 OK금융그룹에서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쪽에서 일하다 보니 선수나 감독님도 만나고 훈련장도 가끔 찾아가 보면서 한국 인기 프로스포츠는 어떤지 배우고 있는데, 우리 대표팀과 프로 배구팀하고만 비교해도 지원이 하늘과 땅 차이에요. 럭비도 이것 반만이라도 지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김진. 2019. 12. 19. 진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진은 한국럭비 발전을 위해 3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대표팀 중심 운영이다. 지난 올림픽 예선전 앞두고 10월에 전국체전이 열리면서 대표팀 소집 기간은 불과 33일이었다. 우승하긴 했지만, 대표팀 선수들에게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김진은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을 위한 전폭적인 스케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10일, 현대글로비스와 한국전력공사(검정 유니폼)가 2020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둘째, 대한럭비협회의 장기플랜 가동이다.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협회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그에 맞는 플랜과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김진은 한국 럭비의 색이 아직 완벽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국 럭비의 색을 내기 위해서는 유스부터 대표팀까지 모두 아우르는 내실 있는 일관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한럭비협회의 비전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셋째, 외국 럭비에 대한 수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럭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전술이다. 그런데 국내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김진은 꼬집는다. 국내선수들이 고교까지는 세계 레벌이다. 대학과 성인이 되면 격차가 벌어진다. 전술 및 경기 이해도의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것. 그래서 김진은 외국럭비를 적극 수용해 세계 수준의 전술 트렌드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20일에 열린 제2회 대한럭비협회장배 전국 럭비 대회에서 양정고(주황 유니폼)와 부산체고가 러크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 김진은 최근 이슈였던 피지 출신 고등학생 영입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소신을 밝혔다. 해외 유망주 발굴에 나선 서울시 럭비협회는 피지 16세 이하 대표 출신 고등학생 세 명을 영입했다.

이에 대해 김진은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국내 중·고생 중에도 유망주가 많기 때문에 이들부터 집중 육성한 뒤 부족한 부분은 외인 선수 영입으로 이어지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김진은 “우리 스스로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정답을 우리 안에서 먼저 찾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김진. 2019. 12. 19. 진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진은 인터뷰 내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단순히 국가대표 럭비선수를 넘어서 혼혈인이자 귀화 선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의 목표도 뚜렷하다.

그는 “도쿄올림픽, 2022남아공 7인제 월드컵, 2022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한국 럭비 발전의 중요한 모멘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은퇴 후에도 한국럭비 발전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김진은 “어떤 형태로든 이바지하고 싶다. 한국 럭비는 나에게 대한민국 국적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줬다”라며 ‘찐’ 한국인의 ‘찐’ 럭비 사랑을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럭비공 인생의 킥오프①’귀화1호 김진의 ‘찐’한국럭비 사랑
-‘럭비공 인생의 킥오프②’귀화1호 김진의 남몰래 흘린 눈물, 올림픽 진출스토리
-‘럭비공 인생의 킥오프③’귀화1호 김진의 3가지 고언과 약속

-사진 김진, 대한럭비협회, SPORTS KU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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